[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
(2012, 新しい靴を買わなくちゃ, I Have To Buy New Shoes)
/ 이와이 슌지 제작
/ 기타가와 에리코 감독
/ 나카야마 미호, 무카이 오사무, 키리타니 미레이 출연
새 구두를 사야해 줄거리, 내용
여동생의 부탁으로 파리에 함께 여행 온 센(무카이 오사무). 그러나 동생 스즈메(키리타니 미레이)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개별 행동하자며 사라져 버린다. 사실 그녀는 유학 온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파리에 온 것이었기 때문.
어처구니없이 거리에 혼자 남겨진 순간, 그 곁을 지나던 '아오이(나카야마 미호)'는 마침 센이 떨어뜨린 여권을 밟고 넘어지면서 구두굽이 부러지고, 센의 여권은 찢어져 버린다. 센은 본드로 아오이의 구두굽을 고쳐주고, 파리에서 살고 있는 아오이는 센의 여권문제를 해결할 대사관과 호텔 등을 안내해 준다.
자연스럽게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에게 따스함을 느끼고 서로의 아픔을 털어놓게 된다. 센은 사진작가로서의 고민을, 아오이는 이혼 후 아이마저 잃고, 그 후 고양이마저 떠나버린 아픔과 외로움을.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온기에 기댄다.
파리에서 그렇게 3일을 함께 보내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센은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고, 아오이는 남겨져야 할 사람이기에, 두 사람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데…
◇◆◇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는 낭만적인 도시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영화는 두 개의사랑을 보여준다. 오빠 센(무카이 오사무)의 사랑과 동생 스즈메(키리타니 미레이)의 사랑.
우선 센은 설레는 누군가를, 안아주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 파리에 어울리는 그런 동화 같고 운명적인 사랑을. 그러나 당장 며칠 후 떠나야 할 여행객이기에 그들의 감정은 그저 막연할 뿐이다.
반면 여동생 스즈메는 도쿄와 파리라는 먼 거리의 연애에 지쳐 남자친구와 결단을 내리기 위해 파리를 찾았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지금 결혼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헤어지자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의 후반부, 동생은 지금 결혼할 수 없다는 남자친구에게 작별을 고한다. 그리고 호텔 로비에서 오빠를 기다리며 잠이 들어 있고, 센도 아오이와 작별인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동생 옆에 앉는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삶을 이어간다.
이처럼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는 낙관적이기만 한 희망으로 얄팍한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러한 약속이 얼마나 허약하고 부질없는지 알고 있다.
다만 영화는 결말 부분, 아오이(나카야마 미호)에게 새 구두를 선물함으로써,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앞으로의 가능성과 방향,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 내내 쓸쓸하고 그리운 빛이던 파리가, 아오이가 새 구두를 신는 순간 살랑임과 동시에 밝게 빛나는 것에서는 설레는 기대감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는 특별하지 않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풀어내고 있다. 차분하고 간결하고, 아늑하게.
또한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는 모든 이야기의 배경이 파리인 만큼, 파리의 곳곳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아오이가 생활하는 공간, 센이 찾아가는 길목, 둘이 함께 걷는 장소들이 곧 파리의 관광명소이기 때문이다.
에펠탑, 노틀담, 세느 강,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그 장소들은 주인공의 동선과 시선을 따라 서정적인 화면으로 담기는데, 영화 속 파리는 마치 오후에 저무는 햇살 같은 그리운 빛깔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사진작가인 센(무카이 오사무)이 에펠탑과 아오이(나카야마 미호)를 한 장의 사진에 함께 담으며, "나에게는 에펠탑과 당신이 곧 파리"라고 하던 장면이 참 기억에 남는다.
센이 선물한 아오이의 발에 딱 맞는 예쁜 구두. 그 신발이 그녀를 어디로 이끌어 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가 지금보다 더욱 행복하고 따스한 그 어딘가로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덧. 영화 속 여주인공인 나카야마 미호. 그녀는 영화 '러브레터'에서 '오갱끼데스까'를 목놓아 외치던 바로 그 배우다. 이 영화 속에서 훌쩍 나이든 그녀를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외모는 변했음에도 아직도 여리여리 예쁘고도 귀여운 그녀의 모습이 여전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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