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의 조각들

봄날, 꽃이 진다.

스위벨 2016. 4. 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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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다.

내가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꽃들은 부지런했다.

 

그리고, 

언제 겨울이었나 싶게, 

추위를 까마득하게 만들며, 


꽃들은 저마다 아우성치며 피어났다.

  

 

나뭇가지마다 하얀색 봄을, 분홍색 고운 봄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제 가지 크기만큼의, 제 나무 크기만큼의 봄을 짊어지고 있다.

  

 

꽃이 핀다.

그리고 꽃잎이 떨어진다.

  

 

나무 아래, 연못가에, 잔잔한 물 위에, 그리고 길가에.

 

아직 채 피어나지 않은 늦된 봉오리가 한창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떨어진 꽃잎은 바람에 날리고, 밟히고, 시들고… 

그렇게 사라져간다.

  

 

꽃이 핀다.


그리고 꽃이 피어나는 곳에서는, 

늘 꽃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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