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엄마가 틀어놓은 드라마는 '천상의 약속'.
배우 이유리가 연기하는 쌍둥이 중 한 명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오호라, 이런 것이 바로 방송사고겠거니, 했다.
방송 사고를 목격하다니, 흥미진진하군!
몇 초만 있으면 다시 소리가 나올 거라 기대하고 TV화면을 응시하고 있는데 여전히 고요하다.
뒤늦게 다른 채널로 돌려보니 모든 채널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TV를 껐다 켜고, 셋탑박스를 껐다 켜고, 아예 연결 선을 뺐다 꽂고...
내가 부산스레 별 시도를 다 해보는 와중에도, TV는 의연하게 묵언수행을 이어간다.
사용하고 있는 있는 인터넷 TV회사에 전화를 걸어 증상을 말하고, 기사님의 방문 약속을 잡았다.
다음 날 아침, 방문한 기사님이 이것저것 점검을 하시더니,
인터넷 TV의 연결 문제가 아닌 TV기기 자체의 문제라 하신다.
기사님만 방문하면 모든것이 해결 될 거라 믿었던 엄마의 표정에는 실망이 역력하다.
엄마는 어젯밤부터 들리지 않는 TV로 드라마를 보며,
답답하셨는지 휴대폰 DMB로 소리를 듣는 멀티플레이를 하셨는데,
알다시피 DMB가 일반 TV보다 조금 늦기에,
화면이 먼저 나오는 와중에 뒤늦게 나오는 소리로 내용을 파악하자니 적잖이 답답하셨던 것이다.
서둘러 TV 제조사의 as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아주 친절하게 과정을 설명해 주신다.
중소기업제품이라 그런지 전국에 센터가 없고, 위탁 운영 방식을 사용하나보다.
본사에서 일단 서울 지역 위탁 as센터로 필요한 부품을 택배로 보내고,
그 부품이 서울에 도착하면 그 때야 부품을 받은 기사님이 전화를 해서 다시 방문 일정을 잡아줄 것이라고.
그리고 혹시 택배가 혹시라도 지연되면, 며칠 후에나 방문 가능할 거란다.
복잡하다 복잡해!
그래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무상 수리기간 1년이 단 이틀이란 간발의 차로 지나버렸는데,
그래도 무상수리를 해주겠다 하신다.
때문에 여전히 TV는 묵묵히 묵언수행중이고,
드라마를 사랑하는 엄마의,
꽤나 수고스러운 멀티플레이도 당분간 이어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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