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의 조각들

오후의 산책이 만든 산딸기잼

스위벨 2015. 7. 3.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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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의 산을 산책 하는 길에 
산딸기가 주렁주렁 열린 곳을 발견했다.

점심 먹고 어슬렁어슬렁 나왔다가 
다시 후다닥 집으로 돌아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다.

긴 바지에 긴팔 티, 장갑과 산딸기를 담을 봉지, 나무 막대기 하나.
풀숲에 나오는 각종 벌레와 혹시 있을지 모를 뱀, 
그리고 산딸기의 숱한 가시로부터 조금 안전해지기 위해서다. 

그렇게 산딸기를 한참이나 따서 봉지에 담았다.


집에 가져와서 조심스럽게 산딸기를 씻어 본다.

자연에서 자란 산딸기는 알이 탱탱하고 싱싱하다.

선명한 산딸기 붉은 색이 태양빛을 머금었나 싶다.


씻은 그 자리에서 굵은 것으로 골라 입으로 쏙쏙 넣어본다. 

새콤하고, 달콤하다.



설탕을 넣고, 레몬즙을 넣고, 산딸기 잼을 만들기로 한다. 

타지 않게 계속 저어주고, 

우르르 끓어올라 튀지 않게 뭉근한 불에 끓인다.


온 집안에 산딸기 내음이 퍼지는 것을 느끼며, 

기분 좋게 나무 주걱을 움직여 냄비 속을 저어준다.


잼은 간단한 재료에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시간이 함께 끓여지는 요리다. 



시간이 흐르고, 빨갛고 묽었던 산딸기들은 검붉고 되직한 잼이 되었다. 

단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요 녀석을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들뜬다.


달콤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순간,

누군가의 향긋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

스스로를 용서해 줄 순간,

내 자신을 응원해 줄 순간...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있잖은가.


그리고 그런 때, 따뜻한 홍차 한 잔에 빵 한 쪽을 구워, 이 산딸기 잼과 함깨 내야 겠다.

예쁜 접시에 담아 햇빛 잘 드는 창가에서 입안 가득 오물거려야지.

누군가와 함께이면 더 좋고, 혼자여도 참 맛나게 먹을 것이다.


산딸기 잼의 향긋한 내음이 코를 맴돌고,

홍차의 따스함이 마음을 덥히고,

부드러운 빵이 배를 채우면..


그럼 그만큼은 삶이 더 행복해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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