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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그들

스위벨 2013. 12. 11.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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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그들.

 

 

처음, 그들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나를 이해하는 말 한마디. 그런데 그들 곁의 사람들은 도통 그걸 모른다. 곁에 있는 그 사람 때문에 더 외롭다. 그래서, 그들은 그 말을 해줄 다른 이를 찾았다.

 

그와 동시에, 내가 피해자라 생각한 지난 날과는 달리, 어느 한 부분에서는 도로 가해자가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다.

 

 

 

나은진(한혜진) :

남편 '성수'가 바람을 피웠다. 그 공허함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후 한 남자와 불륜, 관계가 되었다. 정리하려고 했는데, 상대 남자의 부인이 알아버렸다. 가족이 알게 될까 봐, 그들이 상처받게 될까 봐 두렵다.

 

김성수(이상우) :

부인 '은진'이 곁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바람을 피웠다. 그리고 아내에게 들켰다. 싹싹 용서 빌고 돌아왔지만, 아내는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아내와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유재학(지진희) :

책임감으로 평생을 살았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아들. 완벽을 추구하는 부인 '미경'과 반듯한 모습으로, 어디서나 흐트러짐 없이 살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숨 쉴 곳 하나 필요했다. 그래서 '은진'을 사랑했다.

 

송미경(김지수) :

아버지의 불륜이 상처다. 그래서 평생을 '재학'을 위해 살았다. 완벽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런데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 그녀와 같은 쿠킹 클래스에 가고, 남편에게 사람을 붙였다. 이제 자신이 가해자가 될 차례다.

 

 

 

주요 인물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한껏 드러내며 시작했지만, 이 드라마는 '불륜'이란 그 관계를 본격적으로 그리려 하지는 않는다. 드라마는 그 자극적인 불륜이란 소재보다는 '사람'을 그리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파렴치한 '불륜녀'도, 남편의 외도를 참고 사는 '본부인'도… 그들이 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착실히 그려내려는 듯한 인상이다. 물론 그 '사람들'에는 그들의 가족도 포함된다.

 

이야기는 불륜의 위험한 시작과 뜨거운 사랑의 정점은 버렸다.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의 마지막 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는 아무래도, 불륜녀와 본부인을 점점 더 가깝게 놓으려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은진(한혜진)은 이미 미경(김지수)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잘 모르는 그녀에게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은진이 남편의 불륜녀임을 알고 있는 김지수는, 현재 한혜진을 몹시 미워한다. 도무지 미경은 곁을 주지 않지만, 왠지 그런 그녀가 더 편하게 느껴지는 은진이다.

 

그러나  날 선 관계의 두 사람은, 함께 하는 쿠킹클래스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더 자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쌓여감에 따라, 미경은 점점 더 사람으로서의 '은진'을 알아가게 될 것이다. '불륜녀 나은진' 말고, '한 여자, 나은진'을 눈치채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건 은진 또한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그런 점들을 하나씩 알게 됨에 따라, 그들의 마음에는 지금과는 다른 감정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기존의 감정과 뒤섞여 혼란을 만들어 내고, 고민을 만들어 낼 것이다. 상대를 고정된 한 방향에서만 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을 피해자이면서도 동시에 가해자의 입장에 세워 둔 이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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