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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설설희의 인격을 위해 황마마를 죽이다

스위벨 2013. 12. 1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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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설설희의 인격을 위한 또 한번의 무리수

 

설설희의 병이 거의 완치 단계에 이르렀다. 뇌출혈로 마비되었던 하반신은, 기적처럼 벌떡 일어나게 되었고, 그의 몸에 둥지 틀었던 암세포는 많은 네티즌들의 말대로, 살해당했다.

 

그 동안의 말도 안 되는 동거를 알게 된 황마마의 누나들은 크게 난리가 났다. 도무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한 큰누나 황시몽은 급기야 설설희의 아버지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는 설희 아버지의 입을 빌려서,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이유와, 변명이 흘러 나온다.

사실 이 기묘한 동거에 대한 변명이라면, 이미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했다. 등장인물의 행동에 명목뿐인 이유라도 주고 싶었다면 말이다. 그래도 시아버지의 입을 빌려, 이제나마 작가가 그 과정을 행하려나 보다 했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지 했다.

 

 

그런데 방송 말미, 아까 기껏 한 아버지의 변명이 몹시도 부끄러워지게, 또 한번의 무리수가 튀어나왔다. 바로 설설희의 '우리 셋이 쭉 같이 살면 안돼요?'였다. 이건 너무나 기가 막혀서, '무리수'라고 지칭 하기에도, 그 단어에게 미안할 정도다.

 

황마마가 설설희의 병수발을 들었다는 걸 알고 화가 난 누나들은 말한다.

"사람 맘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른 거야. 이제 병 다 나았으니, 설대표, 우리 마마 부담스러워 할 거야. 이제 지들끼리 알콩달콩 살고 싶겠지. 우리 마마 이용만 당한 거야."

 

이 말이 나올 때부터 어쩐지 마구 불안하다 싶었다. 누나들은 로라와 관련된 모든 일에 어깃장 놓는 역할이고, 그들의 말은 곧 그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설희와 로라는 황마마를 보낸 것을 넋 놓고 아쉬워하더니, 급기야 최악의 한 수를 던졌다. "우리 셋이 쭉 같이 살면 안 돼요?"

 

그 말에 침대에 누워있던 로라마저 놀라서 벌떡 일어나 앉을 지경이었으니, 시청자들의 놀람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랴.

 

 

'아아, 그러지 말지.'하는 말이 온몸을 뚫고 나올 듯한 기분이었다. 누나들의 말이 옳지 않다는 건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그들이 단물만 쭉 빼먹고, 사람을 버리는 그런 하찮은 인격을 가지지 않았다는 건, 다들 잘 알고 있다. 오로라 공주가 사는 그 위험하고 이상한 별에서, 둘째 누나 황미몽 다음으로, 그나마 가장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암세포와, 전남편 동거 발언 전까지라도.) 물론 앞서 보여준 그 이상한 행보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설희의 인간성까지 의심한 시청자는 없으리라. 오히려 그 정도가 지나쳐 암세포까지 긍휼히 여긴 그가 아니었나.

 

때문에 설사, 설설희의 훌륭한 인품을 보여주려 했더라도, 설희가 황마마를 떠나 보낸 아쉬움을 당분간 느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니면 황마마를 가끔 친한 형으로 만나는 정도로 처리했어도, 충분했다. 그들의 우정으로 그려주는 것으로 족했다.

 

이미 황마마의 죽음은 기정사실화 된 것 같다. 시청자들의 터지는 불만을 의식한 듯, 제작진은 어쩌면 드라마의 가장 큰 반전이 될 그 사항마저 미리 노출하면서 시청자들을 간보고 있다. 작가는 황마마가 죽기 전, 그를 잠시라도 오로라 옆에 더 살려두고 싶은 모양이다. 그리고, 잠깐의 행복을 끝으로, 그의 목숨을 가차없이 거두어 갈 것이다. 그래야 그가 오로라와 설희의 삶에서 사라져 줄 수 있을 테니까. 설희와 로라가 그를 내치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아예 사라져 주어야 하는 잔인한 운명이다.

결국 작가는 '황마마와 셋이 만드는 가정'이 가지는 타당성을 만들어 내지 못했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 같다. 작가 스스로가 설득력을 가질 수 없기에, 결국은 '황마마의 죽음'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토대로, 그들을 '보통'의 상태로 되돌릴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설마 이 방법이, 설희와 로라의 인격을 최대한 살려주고, 그들의 삶에서 황마마의 존재를 지울 완벽한 그림이라 생각하는가? 가히 박성광을 능가하는, '시청률의 제왕'다운 결말이긴 하지만, 이쯤에서 현빈의 오래된 유행어 하나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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