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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세 평의 행복, 연꽃빌라 - 소박한 공간, 충분한 행복! (무레 요코)

스위벨 2015. 3. 2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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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세 평의 행복, 연꽃빌라 

: 소박한 공간에서 만드는 충분한 행복!



/ 무레 요코 지음

 

  

    줄거리    

 

45세의 독신 여성인 교코. 대형 광고회사에서 인정받는 커리어우먼으로 일한다.

속물적이고 남의 이목만 신경 쓰는 교코의 엄마, 그런 엄마에게 떠밀려 아버지는 평생을 일만하다 돌아가셨다. 그 후 교코는 잔소리가 끊이지 않는 엄마와의 삶에 조금 지쳤고, 회사에서의 일에서도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교코는 조기퇴직을 결심하고, 오빠 가족과 함께 살게 된 어머니를 떠나 혼자 독립하기로 결심한다. 회사를 관두고도 매달 일정 범위 안에서 검소하게 생활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으로 80세까지 어찌어찌 삶이 꾸려지리라는 계산이다.


그런 교코가 새 보금자리로 결정한 곳은 바로 '연꽃 빌라'. 세가 저렴한 만큼 아주 오래된 목조 주택이다. 문은 잘 닫히지도 않고,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 옆집의 소리도 잘 들리고, 공동 욕실을 사용해야 한다.

연꽃빌라에는 교코 외에도 멋쟁이 할머니 구마가이 씨, 요리사가 꿈인 사이토 군, 가장 구석진 골방에는 직업이 '여행가'라는 고나쓰 씨가 산다.


그들과 함께 연꽃빌라에 살게 된 교코.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여전히 불안하고, 이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매일매일이 안절부절이다.

  


 

◇◆◇

 

 

[카모메 식당]의 작가, 무레 요코가 쓴 소설이다. 무레 요코의 이전 소설과 같이, 바쁘게 달리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나름의 속도와 시간을 가지고 사는 소박한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이전 책과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된다.

 

[카모메 식당],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에서도 여주인공은 조금 독특한 삶의 방식을 선택했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은 먼 핀란드에서 손님이 드문드문 드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의 주인공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소박한 메뉴를 파는 식당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들은 그 속에서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천천히 느리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읽으며 부럽기도 했지만, 왠지 동화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나름의 확신이 있고, 여유 자금도 좀 있고, 용감한 그녀들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했다.

  

 

그렇게 주로 휴식이나 힐링을 말하는 영화와 책을 볼 때면,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괴리감이 있었다. 책 속의,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당당하게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로 나가거나, 바닷가 한적한 마을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소박한 삶을 산다면서 멋진 카페를 운영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그런가, 카페를 열 자금은? 그 드문드문 오는 손님을 받아 과연 생계를 이을 수 있을지, 당장은 그렇다 치고 나이 들면 그때 노후는 어쩔 건지… 끝 없이 따라오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었다.

  

 

그런데 연꽃빌라란 공간에는 그런 문제들이 꽤나 현실적으로 들어가 있다. 벌어놓은 돈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교코는 우선 생활비부터 줄여야 했고, 그래서 세가 싼 연꽃빌라에서 살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책은 '낡아서 비가 세고 여름이면 모기가 들끓는 목조 주택의 3평짜리 방에 살면서도, 정말 소박한 여유를 가진 삶이 행복할 수 있을까?' 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면서도 교코는 끊임없이 걱정하고 고민한다. 정말 일하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그 결심이 옳은 건지, 정말 이대로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건지, 뭔가 생산적이어야 하지 않는 건지, 그녀는 참 많이도 흔들린다. 고민하고 고민해서 결국 결정을 내려놓고도 말이다. 그렇게 그 누구보다 그녀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바로 교코 자신의 생각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참 나를 닮았다. 고민하고 흔들리고, 막상 결정하고 나서도 이런저런 조바심이 나는 우리의 모습을 꼭 닮았다. 결국 끝까지 주인공은 '이거다! '하는 확신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정도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와 닿았던 이야기다. 마치 현실 속 갈대 같은 우리들과, 탄탄하기 그지 없었던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 사치코를 연결하는, 작은 다리 같다.

 

◇◆◇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다소 아쉬웠다. 교코의 앞날이 궁금했다, 그녀의 삶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그런 독자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이 책의 후속작이 있다고 한다. 제목은 [일하지 않습니다 : 연꽃빌라 이야기]라고.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의 삼년 뒤 이야기를 그린 책이라고 한다.

그렇게 많이 고민하던 교코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그리고 잔소리쟁이 엄마는, 그리고 연꽃빌라의 특별한 이웃들은 어떻게 되었을지 확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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