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상의 조각들

[나 홀로 떠난 제주여행] 8. 우도 – 하얀 모래가 있는, 홍조단괴 해빈 (서빈백사)

스위벨 2014. 7. 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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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떠난 제주도 여행]

8. 우도 – 하얀 모래가 있는 해변, 홍조단괴 해빈

 

 

제주도 여행을 앞두고 있던 내게 친구가 말했다. 제주도 여행 중에 자기는 우도가 제일 좋았다고. 나는 그 말을 떠올리며 부푼 마음으로 우도행 배를 타러 여객선 터미널로 갔다. 창구로 가서 우도행 배표를 달라고 하자 매표소 언니가 빠르게 말을 전했다.

"지금 들어가실 수는 있는데, 무조건 1시 배 타고 다시 나오셔야 해요. 그 후에는 배가 안 뜨거든요."

엥? 지금 타려는 배는 11시 배였다. 그럼 고작 2시간 만에 우도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것도 들어가는 배를 타는 시간까지 합쳐서.

"바람 때문에 파도가 쳐요."

 

내일 다시 갈까 싶은 마음에 들어 창구 앞에서 망설이다가, 내일이라고 날씨가 맑을 소냐 싶어서 표를 끊어 배 안으로 들어갔다. 객실에는 날씨 때문인지 사람이 얼마 없었다. 파도가 친다는 매표소 언니의 경고답게, 배는 출렁출렁, 내 위장도 꿀렁꿀렁, 그렇게 우도로 향했다.

  

 

우도 항구에 내려서야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했다. 우도에서 꼭 봐야 할 것이라면 우도봉, 서빈백사, 검멀레 해변 정도를 꼽는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두 시간! 세 곳을 다 도는 건 무리다 싶어서, 천천히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보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건 '서빈백사'다. 배우 이정재와 전지현이 주연이었던 영화, <시월애>에 나왔던 하얀 모래가 있는 바닷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홍조단괴 해빈'이란다. 과거 하얀 모래가 산호초라고 알려져 있던 것과는 달리, 실상은 '홍조단괴'라는 물질로 밝혀졌다는데, 이름이 꽤나 어렵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아직까지도 서빈백사, 혹은 산호해수욕장으로 많이 불린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홍조단괴는 홍조류라는 해조류에 의해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진단다. '복잡한 과정'이란, 그 심플한 두 단어에 함축된 어마어마한 속뜻에 지레 질려, 검색은 거기에서 단호히 멈추었다. 그 '홍조단괴'라는 이름처럼 만들어지는 과정도 어려운 모양이다.

  


도착한 해변은 정말 하얀 모래로 구성되어 있었다. 산호든 홍조단괴이든, 아니면 그 무엇이든, 이렇게 아름다운 하얀 해변을 만들 수 있다니!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감탄하고 또 감탄하고 싶었으나…… 바람이 마치 폭풍처럼 불어왔다.

사실 항구에서 이곳까지 걸어오는 중에도 '혹시 바다로 떠밀리지나 않을까' 싶은 강한 바람과 맞서야 했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바람은 한층 더 거세어져, 도저히 바닷가에 가만히 서 있을 수을 지경이었다.

  

 

비수기에 파도까지 치니 문을 꽁꽁 닫은 상점 몇 곳만 눈에 뜨일 뿐, 인적도 뚝 끊겼다. 그래도 이곳까지 왔는데 싶은 마음에 해변에 서서 버티다가, 바닷가에서 바람 따귀를 실컷 맞았다. 그리고 정신 줄을 놓을 찰나, 해변 한 켠의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하고는 잠시 숨을 고를 겸 그 속으로 들어갔다. 숨을 쉬기 버거울 만큼의 바람은 난생처음이라, 가지고 있던 두건을 꺼내 급한 대로 마스크 대용으로 사용해야 했다.

  

 

좁은 공중전화부스에서 이것저것 나름의 준비를 하고 다시 나왔지만, 여전히 바람은 화가 난 것처럼 쌀쌀맞고, 성난 것처럼 마구 휘몰아쳤다. 순간 도로시가 떠올랐다. 아마 그녀의 고향 캔자스에도 이런 바람이 휘몰아쳤던 걸까? 우도의 바람이 집을 날려버릴 정도는 아니었으나, 소녀 도로시 정도라면 충분히 날리고도 남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 중에 도로시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There is no place like home., 집만큼 좋은 곳은 없어.' 그 순간만큼은 나도 발 뒤꿈치를 툭툭툭 세 번 마주쳐서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도로시의 빠알간 보석 구두를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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