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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이방인]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다.

스위벨 2014. 5. 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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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닥터 이방인

: 오수현(강소라)의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다.

 

 

 

명우대학병원 이사장의 딸이자, 의사인 오수현 (강소라). 그녀는 줄곧 딱딱하고 차가운 사람처럼 보였다. 추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갑옷처럼 겹쳐입은 냉정함이었다.

 

그런데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녀 스스로 엄마에게 연결된 연명장치를 거두어 내자, 마치 다 괜찮다는 듯이, 마지막 인사라는 듯이, 엄마가 힘겨운 손을 내밀어 자신에게 닿았을 때.

 

 

엄마의 생명이 겨우 일주일 남은 것을 알고서도 태연하게 버티며, 의붓 오빠 앞에서 웃어 보이기까지 했던 그녀였다. 박훈 (이종석)이 DNR, 즉 심폐소생술 포기 각서에 서명한 환자인걸 알고서도 굳이 살려내었을 때, 그녀는 환자의 고통을 더할 뿐이라며 원망했다. 그런데 정작 엄마의 체온이 손 끝에 닿자, 그렇게 기계에 기대어서라도, 그녀는 다시 한 번 엄마를 잡고 싶었다.

 

그래서 연인에게 전화했다. 하버드 출신, 명우 병원 최고의 엘리트 흉부외과 의사인 한재준 (박해진)에게. 하지만 그는 오수현의 이름이 뜨는 전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만 봤다. 방금 이사장이 '경쟁 중'이란 것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수술 성공 건수로만 매겨지는 경쟁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성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수술은 시도조차 해서는 안 됐다. 그래서 그는 간절하게 손을 뻗은 연인을 모른 척 했다.

 

 

그래서 오수현은 박훈 (이종석)을 찾아갔다. 그가 수술비 500원을 받은 대가로 한 소녀의 아빠를 살려주었듯, 자신의 엄마를 살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에 박훈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수술을 거부했다. 그러나 오수현이 자신의 엄마임을 밝히자, 박훈은 그 가망 없는 수술을 집도하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천재라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긴 시간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환자는 버티지 못했고, 떠나갔다. 멈춰버린 심장을 보면서도, 오수현은 엄마의 죽음을 부정했다. 그러나 결국 받아들이지 안으면 안 되는 상황이 왔을 때, 그녀는 무너져 내렸다. 울며불며 박훈을 탓했다. 그러자 박훈은 미안하다며 오수현을 안아 주었다. 펑펑 우는 그녀를 안타깝고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사실 이종석은 처음부터 가망 없는 수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소라의 부탁을 받아 최선을 다했다. 의사로서의 실적보다는, 혹시나 살아날 수 있을지 모를 환자와,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고픈 딸의 마음이 중요했다. 그 또한 과거에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었고, 그토록 사랑하던 송재희(진세현)마저 잃어야 했으니까. 

 

 

모든 수술이 끝난 후에야 한재준은 연인의 곁에 다가왔다. 하지만 그 연인의 곁에서 위로를 전하는 건, 그가 아니라 바로 박훈이었다. 그녀의 곁에 있었던 건 한재준이 아니라 박훈이었으니, 당연히 위로할 자격도 박훈에게 있었다.

 

오수현 또한 사랑을 모르는 여자다. 냉정하게 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친엄마에게 상처받았고, 자식을 실적으로만 평가하는 아버지에게서 정을 받지 못했고, 아버지의 정실 부인은 그녀를 가족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며, 의붓 오빠는 그녀를 괴롭히는 것으로 자격지심을 드러냈다. 그래서 연인을 고를 때도 '사랑' 보다는 그의 조건과 그의 능력과, 아버지의 마음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고른 사람이 바로 한재준(박해진)이었다.

 

 

그런데 박훈은 달랐다. 이사장의 엄포에도, 수술비를 이미 받았다며 눈을 찡긋해 보였다. 그에게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최선 말고, 다른 계산은 없다. 비록 수술은 실패했으나, 그래도 오수현은 최선을 다해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곁에 있어 준 박훈. 이익의 잣대로 환자를 보지 않고, 자신의 절실한 손을 내치지 않았으며, 내가 흘리는 눈물을 자신의 가슴으로 감싸 안아 준 사람. 아마 그 순간 오수현의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추운 곳에서 견디느라 덩달아 차가워져야 했던 그녀에게, 가장 따뜻하고도 절실한 포옹이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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