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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 더없이 씁쓸한 현실을 비추다

스위벨 2014. 3. 2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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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쓰리데이즈 (3days)

- 더없이 씁쓸한 현실을 비추다

 

 

 

자신이 목숨 걸고 모시던 대통령(손현주)의 부정, 그리고 누구보다 존경했던 아버지의 연루. 한태경(박유천)은 끝까지 무언가 잘못되었을 거라 생각하고 대통령에게 물었다. 보도된 특검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지 않느냐고. 그러나 대통령의 대답은 "사실이다" 였다.

 

특검으로 밝혀진 대통령의 과거. 그 속에는 간첩사건과 수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누군가 막대한 이득을 얻은, 추악한 돈과 더러운 권력의 결탁이 있었다.

 

 

 

일명 "팔콘의 개"가 되어, 미국 군수회사 팔콘의 폐기 직전 무기들을 팔아 치우던 이동휘. 그는 스스로 팔콘의 개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동조한 자들은, 모두 대한민국에서 한 자리씩 하고 있는 권력자들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쥐고 흔든다는 막대한 재벌까지.

 

국방 예산이 삭감되어 무기를 구매할 수 없다는 말에, 이동휘는 북한과 선을 대어 간첩이 탄 잠수함을 잠시 내려오게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간첩 사건을 일으키면 국방부 예산도 확보될 것이고, 힘든 경제로 분열된 국민의 마음도 하나로 모을 수 있다. 그 말에 발끈한 한 사람은 이동휘에게 이리 묻는다.

 

"이동휘씨, 당신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그에 이동휘는 잠시 웃더니 '나는 개다. 하지만 당신들도, 개라면 개처럼 굴라'고 말했다. 국민들은 장롱에 넣어놓은 금까지 모아 나라 살리겠다고 하는 상황에, 윗자리 분들은 나라 팔아 자기 이득 챙기고 있지 않냐면서. 어차피 자신과의 거래에 응하기 위해 그 자리에 모여 앉은 그들이었으며, 자신의 이득 앞에 조국과 국민을 모조리 내어 줄 사람들이었다.

 

 

특검 발표의 내용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미처 그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내용이 있었다. 이동휘는 그 거래를 하면서 최원영에게 두 가지를 굳게 약속 받았다. 하나는 그 계획을 진행하면서 절대로 인명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동휘가 더 이상 팔콘의 개로 살지 않아도 되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약속은 흩어졌다. 그들이 꾸민 간첩 사건에서, 수 많은 주민과 그를 진압하러 간 군인들의 목숨이 희생되었다. 이동휘와 한 약속에 반하는 행위였으나, 어차피 그들에게 약속은 중요치 않았다. 자신의 목적이 중요했을 뿐이다. 그 목적 앞에서 어차피 "국민"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였다. 그저 선거 때, 혹은 입으로 떠들어댈 명분이 필요할 때만 한 번씩 들먹여줄 필요가 있는 단어일 뿐.

 

그래서 차라리, 자신이 미국 군수회사의 개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만은 막으려는 이동휘가 오히려 더 대한민국의 국민다웠다. 현재 개로 살고 있으나, 앞으로는 개로 살고 싶지 않다는 그의 그 나지막한 음성이, 훨씬 더 진실했다.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들은 간혹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보다 더 사실일 수 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드라마 속 이야기이고,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와 똑같은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일어난 적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것이 정말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일까?

 

비록 똑같지는 않지만 이와 비슷한 일들을 우리는 참 많이도 마주했다. 이런저런 정부기관의 부정이 이제 더는 놀랍지도 않고, 정치인들의 온갖 음모와 술수, 그리고 오늘 나온 것과 비슷한 군수 관련 비리와 뒷돈 거래도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목적은 모두 한 가지, 자기 개인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다. 이동휘 대통령의 말대로 '그것이 돈이든, 권력이든' 말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그것을 '자본주의'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자본주의'라고 하고 싶지 않다. 자본주의는 원래, 돈이면 무엇이든 된다는 그런 악랄하고 파렴치한 사상은 아니니까.

 

드라마 '쓰리데이즈' 속 상황에서 굳이 현실을 들춰내어 보지 않고, 그저 꾸며낸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주인공들이 승리를 쟁취하는 그 결말에서, 이 세상은 결국 옳은 쪽이 승리하는 법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바람과 달리, 오늘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는 뒷맛이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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