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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 14일] 지독한 운명, 지극한 사랑

스위벨 2014. 3. 15.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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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의 선물 - 14일

: 지독한 운명, 지극한 사랑

 

 

예전에 읽은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한 남자가 죽음이 곧 자신을 찾아오리란 알고, 그를 피하기 위해 아주 먼 곳으로 도망쳤단다. 그런데 그 예정된 시간, 그는 집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그 장소에서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 사람은 죽음에게 물었다. 내가 여기로 도망쳐 올 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그랬더니 죽음이 말했단다. 자신도 몰랐다고, 그냥 운명이 이 시간에 여기로 오면 너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해서 여기로 왔을 뿐이라고.

 

 

도망치려는 발버둥까지도 모두 큰 운명의 계획 안에 들어 있단다. 얼마나 끈질기고 무서운가. 그러나 좀처럼 빠져나갈 수 없는 그 독한 녀석을, 수현(이보영)도 마주하고 말았다.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엄마 수현과 조력자 기동찬(조승우)은, 드디어 그 살인마의 꼬리를 밟았다. 연쇄살인마의 정체는 영규(바로)의 장애인 학교 선생님(강성진)이었다. 영규를 향해 따뜻한 말을 건네던 그는, 여자를 향해 무자비한 칼날을 들이미는 살인마로 변모했다.

 

          

 

그는 두 번째 피해자를 결박해 두고, 그곳까지 여자를 뒤쫓아온 수현에게 먼저 다가가 칼을 겨누었다. 다행히 동찬은 수현에게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두었고, 아슬아슬하게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결국 두 번째 여자가 그들의 지척에서 살해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정말 지독한 운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구사일생으로 수현을 만나 목숨을 건지는가 했던 두 번째 피해자가, 경찰을 부르러 달려가던 찰나 다시 그 살인범을 마주칠 줄이야.

 

피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도 운명이란 놈은 끈질기게 따라붙기만 하고 있었다. 결국 세 번째 피해자로 변장하고 살인범과 약속된 장소에 나갔으나, 살인범은 버젓이 원래 타겟이었던 그 여자의 집으로 숨어들어, 그녀를 죽였다. 내내 함께 있던 기동찬이 잠시 곁을 비운 사이였다.

 

 

 

수현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단지 샛별이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점점 더 끈질기게 각인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수현은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도주중인 살인범을 차로 치었다. 하지만 끈질긴 살인범은 수현의 차 문을 열고 들이닥치더니, 급기야 수현을 끌고 도주해 공사장으로 올라갔다. (왜 차 문은 안 잠근 거야?)

경찰들이 들이닥친 찰나, 수현이 범인의 뒤를 쳤고, 범인이 난간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수현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수현은 알고 있다. 운명이 얼마나 지독한지. 그래서 그녀는 범인의 손을 놓아버렸다. 네가 살면 내 딸이 죽어.

 

     

 

이제 범인은 죽거나, 혹은 다쳐서 검거되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것으로 해결되는 일일까? 아닐 것이다. 연쇄살인의 범인은 그가 맞겠지만, 샛별이를 유괴한 범인은 분명 따로 있을 것이다.

지난 화에서, 범인은 샛별이를 직접 죽이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었다. 감금 상태에서 도망쳤다가 저수지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사람을 찔러 죽이는 그가, 유독 샛별이만 감금해 두었다가 도망칠 구실을 만들어 주었을 이유가 없다.

 

 

운명이 지독하다면, 수현의 딸 사랑은 지극하다. 딸을 살리기 위해 수현은 못할 일이 없다. 수현은 동찬에게, 만약 위험한 순간이 오더라도, 자신을 살리려 하지 말고 살인범을 먼저 잡으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죽음으로 딸 샛별의 죽음을 막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리 하겠다는 다짐이다. 드라마 처음 프롤로그에서 등장했던, 수현의 목소리로 읽어 내려간 잔혹동화에서처럼.

 

지독한 운명과 지극한 사랑의 대결. 아마 결과는 뻔히 지극한 사랑의 승리겠지만, 그 승리를 이끌기 위해, 엄마 수현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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