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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 요물이 되려다, 퇴물이 된 장면은?

스위벨 2014. 3. 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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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쓰리데이즈 (3Days)

- 요물이 되려다, 퇴물이 된 장면은?

 

 

예전에 TV의 연말 시상식이면 반드시 빼놓지 않고 등장하던 장면이 있었다. 시상자 두 명이 나와서,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

 

"대상은… 아, 떨려서 못하겠네요. (종이 건네며) 대신 해주세요."

"(종이 받아 들고) 그럼 제가 발표 할까요? 영예의 대상은… 아, 그래도 하려던 분이 하시는 게…"

"(다시 받아 들고) 영예의 대상은… (다시 종이 덮으며) 누굴까요?"

 

그 시대에는 이런 방식이 나름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요새 이런 장면 보기 드물다. 한 시상식에 한 번 정도 나올까, 말까.

 

 

예전에는 연말이면 수십 번 봐야 했지만, 지금은 이러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긴장감을 더해준다고 생각했던 이런 류의 반복적인 행동은 시청자들의 짜증을 유발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지금은 옛날옛적의 시시한 방법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이런 방법이 먹히는 때도 있다. 입담과 재치가 넘치는 일부 예능인의 경우, 이런 류의 실랑이를 오히려 유머로 승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재기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래서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안 쓰느니 못한 방법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드라마 쓰리데이즈(3days)를 보다가 이런 장면을 마주했다. 드라마는 중간중간 긴장감을 더하고 싶었는지, 혹은 궁금증을 유발하고 싶었는지, 이런 류의 구성으로 이야기를 엮어갔다.

가장 대표적인 건 대통령이 실종되고 찾을 수 없는 때였다. 대통령을 찾기 위해 낚시터를 수색하던 사람들은, 바디백에 들어있는 누군가의 시신과 함께 배를 타고 돌아온다.

 

 

등장인물들은 당연히 대통령의 시신이 아닐까 하면서 긴장한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드라마는 연신 뜸을 들이며, 질질 늘어지기 시작했다. 인물들이 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대통령이 죽었느냐는 물음에는 굳이 직접 확인하라고 물음으로 답하고, 바디백이 열리는 순간에도 주변 사람들의 얼굴만 하나하나 서서히 클로즈업 해 나갔으며, 드디어 경호실장 장현성이 얼굴을 확인하나 하는 순간, 드라마는 아예 박유천과 박하선의 다른 장면으로 아예 넘겨버리기까지 했다. (결과는… 광고 보고 다시 오겠습니다?!)

 

대통령이 벌써 사망할 리 없다는 걸,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드라마 시작 전 줄곧 틀어댄 예고에서, 대통령 역을 맡은 손현주가 "한태경 경호관, 나를 지켜줄 수 있겠나?" 했던 그 대사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죽을 리가 없잖은가! 그래서 이런, 눈에 빤히 보이는 술수는 긴장감보다는 오히려 짜증을 유발했다.

 

 

드라마는 굳이 그 장면으로 끌어서 긴장을 높여주려 하지 않아도 오늘 충분히 긴장감 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대통령의 저격, 경호실장(장현성)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뜻밖의 과정과 주인공 한태경(박유천)의 도주, 범인에게 발각된 윤보원(박하선)의 위기 등등… 진행되는 이야기는 속도감도 있었고, 충분히 긴장 속에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끼어든, 마치 흘러간 예능 프로의 한 장면 같은 연출은, 오히려 드라마에 한참 빠져 있는 시청자들의 맥을 뚝 끊어놓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심장을 벌렁벌렁 들었다 놨다 해서 요물이 되고 싶었던 과한 욕심은, 그저 유행 지난 퇴물로 변하고 말았다.

 

 

쓰리데이즈는 충분히 긴장감을 살릴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드라마다. 때문에 그런 노골적이고 빤해 보이는 기교가 없어도 드라마 속 이야깃거리는 충분하다. 그리고 앞으로의 내용이 궁금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대통령 암살이라는 거대한 소재에, 이미 대통령 경호실장이 공모자 중 한 사람으로 드러났으며, 한태경은 오히려 범인으로 몰렸다. 그와 동시에 한태경은 대통령을 지킴과 동시에 자기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를 잡아야 하는 임무를 떠맡았다. 그리고 대통령에게도 무언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겨 있을 것이다. 드라마 속에는 이미 여러 가지 사건과 비밀이 잔뜩 숨겨져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긴장감 넘치는 수사물류를 좋아한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여럿 등장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앞으로를 기대한다. 시청자 마음을 진정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 드라마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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