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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 14일] 사형제도를 보는 두 개의 시각

스위벨 2014. 3. 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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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신의 선물 – 14일

: 사형제도를 보는 두 개의 시각

 

 

 

김수현(이보영)은 TV 범죄자 공개수배 프로그램의 작가다. 그녀가 쓴 프로그램 대본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죄를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해선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는다. 죄는 무슨 죄냐,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

 

그런 그녀는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참 벌어지고 있는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을 방송에서 다루기로 한다.

 

 

수현의 남편 한지훈(김태우)은 인권변호사다. 사형제도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토론 프로그램에서 대선후보의 의견에 맞서 자신의 반대 의견을 자신만만하게 주장할 정도로 신념도 있다.

 

수현과 지훈 부부는 범죄자를 보는데 있어 이렇게 약간의 의견차가 존재한다. 그런 그들의 딸, 샛별이가 유괴당했다.

 

 

그러자 엄마 수현은 직접 자신이 방송에 나가 오열하며 범인에게 사정한데 이어,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너를 끝까지 따라가 죽일 거라는 피맺힌 다짐까지 했다. 그런 중에도 아빠인 지훈은 수현보다는 더 냉철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딸이 결국 죽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경로로 딸을 죽인 범인을 알게 된 아빠 지훈은, 범인을 죽이러 가겠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부인에게 남겼다. 평소 인권변호사로서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있음을 주장하던 그는, 피해자가 되자 범인의 목숨을 직접 죽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TV는 객관적이고 냉정할 수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시선에서, 피해자로 바뀌게 되며 갖게 되는 변화를, 인권변호사 '한지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수현의 입장에서, 지훈의 입장에서, 그리고 어린 샛별의 입장에서 보아, 사형제도의 정당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죽어 마땅한 놈이다. 약한 자를 무차별적으로 살해하고, 이어 사람들을 농락하듯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유괴했다. 그리고 죽게 만들었다. 그리고 남아있는 가족의 시간 조차 죽게 만들었다. 그런 범죄자가 있기에 사형제도가 필요하다. 죽음 말고, 도대체 무엇으로 그 죄를 물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강한 정부를 주장하는 대통령은 새로운 법무부장관을 임명함과 동시에 사형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형수 중 한 명은 '기동찬(조승우)'의 형 '기동호(정은표)'다. 기동호는 경찰이던 동생 '동찬'의 증언으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동찬은 형이 시체를 저수지에 버리는 장면을 목격했고, 양심에 따라 증언했다. 그리고 형을 감옥으로 보낸 후 경찰을 그만두고 3류 해결사로 살고 있다.

 

     

 

드라마는 줄곧 사형제도에 대한 타당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기동호'를 보여주며, 다른 물음을 던진다. 정신 장애를 가진 그에게는 무언가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고, 그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닐 것이란 추측이다. 그렇다면 사형에 처해진 '기동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능력이 없어, 되려 사회에 의해 살해당한 것일 수 있다. 사회적 동의 하에 저질러진 '살인'

 

    

 

죽어 마땅한 사람이 있어 필요한 사형제도. 사람의 목숨을 그저 자신의 노리개쯤으로 여긴 자들에게는 그들의 목숨으로 죄를 물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 자식은 죽었는데, 왜 그 자식은 살아있느냐?'던, 드라마 첫 회에 등장했던 피해자 부모의 피맺힌 외침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기동호와 같은, 절대 되돌릴 수 없는 피해자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쉽사리 답을 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많은 시간이 지나 여전히 고민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드라마는 보여주고, 또 묻는다. 그 팽팽하고 날카로운, 선택지의 양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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