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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중의 태도, 왕가네 편협한 인간성을 대변한다 [왕가네 식구들]

스위벨 2014. 2. 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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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 미호를 대하는 고민중의 태도, 왕가네 편협한 인간성을 대변한다

 

 

고민중과 오순정이 함께 살기까지 수 많은 역경이 있었다. 모두 다른 인물들의 지독한 이기심에서 비롯한 고난이었지만, 두 사람은 어찌되었든 다 이겨내고 함께 살게 되었다. 두 사람을 위한 집을 얻고, 고민중의 아이 애지와 중지, 오순정의 딸 미호까지 모두가 모여 함께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사실 새 아빠 고민중과 미호의 사이가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그 전까지 두 사람은 꽤나 죽이 잘 맞는 편이었고, 그 동안 보여온 미호의 어른스러움과, 고민중의 자애로움이 조화된다면, 아무리 새로 꾸린 재결합 가정이라 해도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물론 미호가 친딸이기는 하나, 아직 고민중이 모르고 있으므로.)

 

 

하지만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고민중 왕수박 사이의 큰딸, 애지. 고 작은 아이는 어찌나 욕심이 많고 질투가 강한지, 미호의 침대를 뺏고, 미호가 고민중을 아빠라 부르는 것도 싫어하고, 급기야 엄마 왕수박을 찾아가 오순정이 아이를 차별하고 키운다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결국 왕수박은 오순정을 찾아와 따귀를 날렸고, 오순정은 미호의 손을 이끌고 그 집을 떠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오순정이 고작 안하무인 왕수박에게 따귀 한 대 맞았다고 집을 나갔을까? 결코 아니다. 그 전에 고민중의 실망스러운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중은 애지가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미호가 입을 상처는 안중에도 없이 애지만을 싸고 돌았다. 그 때문에 어린 미호는 물론, 그 딸을 바라보는 엄마 오순정까지 크게 상처입고 말았다. 아이를 편애한다고 따귀까지 맞은 건 오순정이건만, 정말로 아이를 편애한 건 고민중이었다.

 

오순정이 떠나고 뒤늦게 오순정의 형부 최대세를 찾아간 고민중은 크나 큰 비밀을 드디어 알게 된다. 바로 미호가 자신의 친딸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장면과 함께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것이 바로 왕가네가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이며, 왕가네 인물들이 가진 편협한 인간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미호가 고민중의 자식임이 밝혀진 이상, 고민중은 이제 애지와 미호를 차별하지 않을 것이다. 차별의 이유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오히려 애지보다 그 동안 아빠 노릇 못해준 미호를 더 아끼고 사랑해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건 미호가 고민중의 친딸이기에 가능한 해결 방식이다. 만약 미호가 그저 오순정이 데려온 전남편의 딸이었다면, 미호는 끝까지 차별 받았어야 마땅한 남의 딸이 되고 마는 상황이다. 재혼한 부인이 데려온 딸일 때는 차별해도 되고, 내 친딸이 되는 순간에야 애지와 똑 같은 레벨에 설 수 있는 미호의 처지라니! 이건 그 동안 왕가네가 보여준 인간 이기심의 극단을, 고민중이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왕가네가 보여준 해결 방식은 모두 그렇다. 안하무인 왕수박은 사기꾼 허우대에게 된통 당하고 나서야 조금 반성을 하나 싶었고, 엄마 이앙금은 그리 믿었던 큰딸에게 뒷통수 맞고 나서야 자기 잘못을 깨달았다. 허세달은 외도녀에게 팬티 바람으로 쫓겨나고 나서야, 왕호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여기서 착한 이들 때문에 변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온갖 잘못 다 저지르다가, 자기보다 한 수준 높은 악인을 만나 된통 당하고 나서야 착한 이들의 고마움을 깨달았다는 식이다. 세상을 쥐고 흔드는 건 오로지 악인들이다. 착한 인물들은(아니, 덜 악한 인물들은 이라고 하고 싶다.) 악인들의 손에 잔뜩 놀아 나고 피해 입다가, 그들이 다른 곳에서 당한 뒤에 반성하고 돌아오면, 잘했다며 끌어안아 준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 고민중이 있다. 고민중이 애지만을 싸고 돈 건, 오직 내 자식만이 중요하다는 이기심에서 비롯했다. 그리고 이제 미호가 친딸이 되었으니, 고민중은 미호를 다시 자신의 품으로 안아들 것이다. 고민중이 변화한 게 아니라, 미호의 처지가 의붓딸에서 친딸로 승격 되었기에 고민중의 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그가 가진 이기심의 영역에 애지, 중지와 더불어, 미호가 포함되었을 뿐이다.

 

 

마지막을 남겨두고 있는 드라마, [왕가네 전성시대].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며, 가족의 훈훈함이 아니라 인간의 추악함만을 매회 곱씹어야 했다. 그리고 그건 결말을 앞두기까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주말 가족드라마가 보여준, 그리고 마지막까지 바뀌지 않을 '편협한 인간성의 한계'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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