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 소설] 내가 그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스위벨 2014. 1. 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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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내가 그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결혼식장에서 입장하던 신랑 '호다카'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그는 유명 작가이자 한 회사의 대표이기도 했고, 그와 결혼하려던 신부 또한 촉망 받는 유명한 시인이다.

 

그의 사인은 독극물 중독. 그런데 호다카가 죽은 뒤, 그보다 앞서 사망한 한 여성의 시신이 뒤늦게 발견된다. 그리고 호다카는 이미 사망한 그녀에 의해 독살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미리 그녀가 호다카의 비염약에 독극물을 넣어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유서를 써 놓았고, 그녀의 집에서는 호다카가 평소 복용하던 비염 약 캡슐에, 내용물을 독극물로 바꿔 넣은 것이 발견되었다.

 

호다카가 결혼하려 하자, 그를 사랑했던 여자가 그를 살해한 것처럼 보인다. 그가 죽게 되도록 비염약을 독극물로 바꿔치기해 둔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그가 죽기를 기다리며, 함께 자살한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사건에 의문을 품은 형사가 있다. 바로 '가가 형사'다. 가가 형사가 용의자로 압축한 건 총 3명이다.

 

 

 

출판사 담당자 : 신부의 담당자이기도 하고, 명목상이었지만 죽은 호다카를 담당하기도 했다. 호다카와 한때 연인 사이였으나, 호다카는 냉정하게 헤어졌다. 긴 기간 동안 그의 곁에 있으면서, 쭉 그를 지켜보았다.

 

매니저 : 호다카의 온갖 뒤치다꺼리를 하는 남자. 그는 호다카를 살해하고 자살한 그 여성을, 호다카보다 먼저 좋아했다. 그러나 그녀가 호다카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더는 다가가지 못했다. 그녀가 호다카에게 버림받고, 유산을 강요 당한 등의 모든 일을 알고 있다. 아니, 자신도 그 일에 깊이 개입되어 있다.

 

신부의 오빠 :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오랜 시간 여동생과 떨어져 살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만난 남매는, 이미 남매라기 보다는 여자, 남자였다. 결코 인정받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동생이 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말리고 싶다.

 

 

3명 모두 호다카를 죽일 동기가 있었고, 죽일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세 사람 모두, 어떠한 과정을 통해 자살한 여자가 만든 '독약 캡슐'을 손에 넣었다. 또한 죽일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호다카를 죽인 범인은 한 명이다. 이제 세 사람의 용의자 중, 단 한 명을 찾아야 한다.

 

 

 

 

◇◆◇

 

히가시노 게이고의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에 이어, 다시 한번 독자 스스로 범인 찾기를 요구하는 추리소설이다. 책 마지막 장을 넘겨도, 범인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는다. 독자가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친절하게 [추리 안내서]를 동봉하고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나는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를 먼저 읽고, 그런 방식에 흥미를 느껴 이 책을 또 찾아 보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내가 그를 죽였다] 보다는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에 한 표를 던진다. 같은 유형의 범인 찾기이지만, 구성이나 소설로서의 완성도 등을 볼 때 전작이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범인 찾기에 지나치게 치중한 구성과 스토리, 라고 느껴졌다. 독자를 기어이 함정에 빠뜨리고 말겠다는 그 의도도 좀 과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신선한 방식의 추리소설임에는 틀림없다. 추리 소설을 읽으며 범인을 눈 부릅뜨고 찾아야 직성이 풀리는 독자라면 더더욱이 열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추리 소설의 이야기와 각각의 캐릭터와, 그 속에 담긴 진실이 더 궁금한 독자다. 굳이 따지자면, '누가 어떻게 죽였느냐'가 아니라, '누가 왜 죽였을까'가 더 궁금한 축이랄까. 하지만 '범인 찾기'가 주축인 이들 책에서는 그런 면은 좀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범행이 가능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떻게 죽였는가'를 찾는 과정이고, 그 속에서 작가는 숨겨진 모든 걸 끄집어내기보다 살짝살짝 덮어서 독자를 함정에 빠뜨려야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람 냄새 나는, 저마다의 사정과 이유가 그득그득 담긴 추리 소설들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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