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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2화 – 우리에게 일어날 기적

스위벨 2013. 11. 3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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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일어날 기적 : [응답하라 1994] 12화

 

삶이란 늘 그렇다. 생과 사가 늘 뒤섞여 함께 존재한다. 쑥쑥이가 출생하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누군가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날, 예상치 못한 사고로 많은 목숨이 떠나기도 한다. 그렇게 생과 사는 늘 뒤섞여 있는데, 우리는 내일을 사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쓰레기의 형이 결혼을 하는 날, 사고가 일어난다. 삼풍백화점 붕괴. 도저히 TV로 보고도 믿을 수 없던 그 사고가.

 

그날 삼풍백화점에서 칠봉이와 냉면을 먹기로 약속한 나정이. 결혼식으로 인해 약속 시간에 늦은 나정이는 다행스럽게도 그 장소를 벗어나지만, 칠봉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친구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나정이와 칠봉이 걱정에 안절부절이고, 버스에 타고 있던 나정이는 울면서 사고 장소를 향해 뛴다. 무겁게 다가오는 걱정과,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설마' 하는 희망을 함께 가지고.

 

 

 

 

"그리하여 기적은 있어야만 한다. 절박한 그 모든 순간에 희미한 희망이라도 깃들 수 있도록, 기적은 있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칠봉이는 길 건너편에서 나정을 바라보고 웃는다. 나정은 칠봉이를 끌어안고 운다. 그 순간, 칠봉이는 나정이에게 가장 간절한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때 나정이의 머릿속에는 오직 칠봉이 한 사람만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칠봉이에게 있는 가능성을 버릴 수가 없다. 나정이에게 최소한 그 한 순간만큼은, 이 세상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이라는 기억을 심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적이란 흔하지 않아서 기적이다. 삶이란 기적만을 믿으며 살기엔 매몰차고 혹독하다. 삶이란 절대적이고도 압도적인 확률로 잔인하다.

그래도 기적은 필요하다. 그나마 천만 분의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실낱의 가능성이 낫다. 그래야 희망도 있다."

 

 

그러나 칠봉이와 나정이가 그 순간을 기적적으로 벗어난 것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에서 목숨을 잃는다. 기적이, 그들의 곁은 비껴난 것이다. 그곳은 우리의 바로 곁이었고, 내 곁에 가까이 있는 누군가의 삶이었다.

 

삼풍백화점 사고. 모르고 있던 일도 아닌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갑자기 새삼스럽게 울음이 나왔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TV를 보면서도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 정도 되는 감상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 안의 사람들이 누군가의 아빠였고, 누군가의 딸이었고, 누군가의 간절한 사람이었음을. 그렇기에 그 사고는 10여년의 세월을 흘러, 이제야 나에게 아픔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하지만 그 많은 목숨이 죽어도,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나고,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또 오늘을 살아간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여전히, 기적을 바란다.

 

 

"70억 지구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확률이란 얼마나 될까? 지금 내게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나정이와 쓰레기의 마음이 드디어 통했고, 쓰레기가 내민 손을 나정이 수줍게 잡으며, 그들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사랑이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사소한 간발의 차로 운명을 비껴나는지. 그렇기에 사랑을 기적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일어나기 힘든, 너와 나를 위한 기적.

그들 곁에 일어난 기적을 붙잡아 두는 건, 이제 그들의 몫이다. 그들이 잠시 방심하는 순간, 그들이 만난 기적은 언제든지 다른 이에게로 향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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