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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0화 –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스위벨 2013. 11. 3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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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지막, 그리고 시작.

: [응답하라 1994] 10화 –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마지막은 늘 마지막이라는 실감 없이 지나가 버린다… 영원할 것 같았던 우리 스무 살의 마지막 계절도 실감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계절은 어느덧 겨울로 접어들었다. 여름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시작된 짝사랑은, 가을을 지나, 겨울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1994년의 마지막 날이 다가옴과 동시에, 그들의 짝사랑도 새로운 모습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첫사랑은 상대를 향해 얼굴을 바짝 내밀었고, 이제 누군가의 마음 속에만 숨어 있던 짝사랑은 얼굴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나정 & 쓰레기

 

그 겨울의 첫눈이 내리고, 쓰레기와 둘이 함께 앉아 창을 통해 눈을 바라보던 나정은 천천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작한다. 담담하게.

 

"오빠 니는 내가 참 편하고 좋재? 내는 오빠 한 개도 안 편하다. 전에 윤진이가 했던 말 기억하나? 윤진이가 술 먹고 한 말 있다 아이가. 내가 오빠 좋아한다고. 그거 진짠대. 진짜라고.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오빠 니는 아무것도 할 거 없다. 내 좋아하라는 것도 아이고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고 그냥 말해주는 기다. 다 눈 때문이다."

 

첫눈을 핑계 삼아, 나정은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다른 이의 입을 빌지 않고, 직접.

 

 

 

칠봉 & 나정

 

삼천포까지 왔다가, 다음날 잡힌 스카우트 면접 때문에 한밤중에 서울로 돌아가려는 칠봉. 나정은 이렇게 금새 돌아갈 걸, 그 먼 길을 굳이 왜 왔느냐고 묻는다. 칠봉이는 결심한 듯 입을 뗀다. 첫눈 오는 날 아침, 나정이 그러했듯이.

 

"너도 알 거 같은데 그래도 이번엔 제대로 말해야겠다. 올해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짝사랑 2년 동안 할 순 없잖아. 너 좋아해. 그러니깐 여기까지 내려왔지.

그렇다고 나 좋아해달라는 거 아니야. 너 다른 사람 좋아하는 것도 알고 그래서 말하지 말까 고민도 했었는데 좋은 걸 어쩌겠냐. 오늘 말 안 하면 후회할 거 같아서. 오늘이 지나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 10초 남았다."

 

그러던 칠봉은 "해피 뉴이어!"하는 새해 인사와 함께 나정이에게 키스를 건넨다.

 

 

 

삼천포 & 윤진

 

삼천포 고향집에서의 저녁 식사 후, 먹으면 심장이 벌렁벌렁거려 커피를 못 먹는 다던 윤진이는 삼천포 엄마가 타다 준 커피를 맛있다며 쭉 들이킨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삼천포의 표정은 의아함과 놀라움에서, 점차 미소로 바뀐다.

 

1995년 첫날 새벽, 배로 해돋이를 보러 가자던 아이들은 잠에 빠져 나오지 않고… 결국 둘이만 가려던 그때 누군가 골목에서 걸어 나온다.

 

"하나 일났다. 쟤 누고?

"스머프 반바지요. 쪼매난 아 있다 아입니까. 얼굴 뽀얗고 이쁘장하게 생긴 아."

 

삼천포에게 윤진이는 이제 더 이상 '드센 가시나'가 아니라, '쪼매나고 이쁘장한 아'가 되어 있었다. 배에 올라타는 윤진이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 주는 삼천포. 배에 둘이 나란히 앉아 서로의 얼굴을 어색하게 힐끔힐끔 바라보는 사이, 이윽고 새해 첫 해가 얼굴을 내민다.

 

"소원 빌었나? 뭐라고 빌었는데?"

"태지 오빠 만수무강 하라고."

"가시나야 철 좀 들어라."

"니는 뭐 빌었는데?"

"첫키스하게 해달라고. 근데 들어주싰다."

 

삼천포는 고개를 돌려 배의 조종석에서 잠든 아빠를 확인하고는 윤진이에게 키스한다. 그리고 곧 삼천포 어깨에 기대 해를 보는 윤진의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첫사랑 그리고 스무 살. 이처럼 아련하고 두근대는 말이 또 있을까? 그렇게 우리의 스무 살은 끝이 났고 그렇게 우리의 첫사랑은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들의 첫사랑은 새롭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우리들의 첫 키스처럼, 한치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들의 사랑이, 스물 한 살이, 1995년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이 상대를 향해 얼굴을 내미는 순간, 그와 달리 누군가의 마음 속에서는 서서히 그 크기를 키워가는 사랑도 있었다.

 

 

 

새해를 빙그레와 함께 심야영화 보려는 쓰레기. 표를 사온 빙그레는 그 영화를 쓰레기가 나정과 함께 이미 봤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선배님 마누라 죽이기 보셨쥬? 딴 걸로 바꿔올까요?"

"괜찮다. 내 내용 한 개도 기억 안 난다. 보긴 봤는데,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나정과 단 둘이 서 본 영화. 영화관에서 나정이가 쓰레기를 신경 쓰느라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시간만 흘려 보낸 그때, 한껏 배를 잡고 죽어라 웃어대던 쓰레기도 사실은 영화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고백과 함께 찾아온 짝사랑의 마지막은, 행복한 마주사랑의 시작이 될 수도, 가슴 아픈 실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한 순간의 사소한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지, 벌써부터 두근두근 설레고, 또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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