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진작 알았어야 할 일 - 알았어야 했으나 알지 못했던.

스위벨 2018. 12. 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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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진작 알았어야 할 일

(원제 : You should have known.)

/ 진 한프 코렐리츠 지음

 


◎ 소설 '진작 알았어야 할 일' 줄거리, 내용


그레이스는 뉴욕 맨하튼에 살면서 심리상담사로 일한다. 그녀는 책의 출간을 앞두고 여러 인터뷰, 방송 출연 등의 일정으로 바쁘고도 기분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레이스의 남편 조너선은 소아종양학과의 의사로, 아픈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다. 더불어 그레이스에게는 이상적인 남편이고, 아들 헨리에게도 좋은 아빠다. 헨리는 학비가 비싼 뉴욕의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고, 그레이스는 뉴욕 상류층에 속하는 그 학부모들과 교류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립학교 학부모들 사이에 전혀 이질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그 비싼 명문 사립학교에 자비가 아닌 장학금으로 다니는 것이 분명한 한 아이의 엄마 '말라가'. 등장부터 여러 엄마들을 당황시키고, 학교의 기부금 모음 파티에서는 육감적 매력으로 남자들의 시선을 모두 사로잡는 여자.


하지만 파티 이후, 그레이스는 '말라가'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그레이스는 곧 그런 사건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진다. 그레이스의 남편이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남편이 며칠 학회에 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남편의 행방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극도로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독자는 소설 진작 알았어야 할 일의 초반부터, 진작 알고 있다. 이 완벽해 보이는 가정에 곧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사실. 자기 가정이 완벽하다 여기면서 타인을 얕잡아 보는, 조금은 재수 없는 여자 그레이스에게, 곧 온 생을 휘저을 만한 큰 사건이 생기리라는 사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그녀가 사랑해 마지 않는, 그 남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소설 초반에는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정말 주인공 그레이스만이 미련하게도 모르고, 혹은 모르는 척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책은 또 굳이 그걸 길~~~게 늘여서 묘사하니, 이 같은 상황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싶어 피로해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런 늘어지는 느낌 사이에, 괄호를 너무나 남발하는 서술 방식(뭐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파적인 취향일 지도 모르겠지만)정말이지 화가 날 정도이기까지(책을 실제로 집어 던질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실 그러고 싶은 충동이 살짝 느껴졌다.) 했다.문장의 서술이 이런 식이더란 말이다. 게다가 그 괄호 안의 문장은 시시때때로 등장하면서 뭐 그리 길고 긴지, 주 문장의 흐름을 뚝뚝 끊어먹기 일쑤였다.


 


그래서 무슨 생각까지 했는가 하면, 뻔히 결말과 진상이 보이는 사건에 이렇게까지 시간을 들여 시시콜콜, 일상의 작은 일들까지 굳이 길게 길게 묘사 하는 걸 보면, 예상과 전혀 다른 반전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녀의 남편은 이 사건과 정말 아무 관계가 없고, 다른 범인이 있고, 이 모든 건 그냥 공교로운 타이밍일 뿐이었어, 하는 결말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빤히 보이는 결말을 두고 이렇게 돌고 돌아 기어가야 하는 일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참 희한하다. 읽다 보니, 참고 꾸역꾸역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슬슬 재미가 있어지더란 말이다. 그레이스가 사건 하나하나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 사실이 과거의 인연과 과거의 일들과 연결이 되면서소설 제목처럼 그레이스가 진작 알았어야 했지만, 여러 가지 핑계를 들어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많은 사실과 많은 오해들이, 소설 전체를 거치며 점점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주인공의 그 뒤늦은 깨달음과 그 소용돌이치는 심리를 목도하는 과정이, 의외로 점점 너무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소설 초반부는 약간의 의무감과 더불어 며칠에 걸쳐 조금씩 나눠 읽었었는데, 소설이 반 정도 남았을 때는 한번에 마구 달려 읽어 버렸다.

 


소설 '진작 알았어야 할 일' 의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는, 소설의 처음부터 예상했던 딱 그대로이다. 게다가 사건만 놓고 보면, 이미 여러 소설에서 봐왔음직한, 지극히 전형적인 모습이다. 전혀 새롭지 않은.


그런데 이 소설이 다른 점이 있다면, 사건의 범인은 소설 초반에 모습을 감추고는, 마지막 결말까지 그레이스 앞에 그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처리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소설 전반에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온 장본인은, 단지 조연에 불과하다.


소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주인공 그레이스의 심리와 그녀의 변화다. 그러기에 소설은 초반부터 그리 시시콜콜 그녀의 속마음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 것이다. 자기만의 편협한 사고에 갇혀 살던 여자 주인공이, 균열과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자기 삶과 사람들을 얼마나 피상적으로만 보아 왔는지, 자기만의 시각으로 잣대를 삼아 얼마나 많은 것들을 외면하고, 혹은 오해하며 살아왔는지, 그 실체를 스스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재미를 찾은 독자라면 이 책을 아주 재미있다고 평하겠지만, 사실 사건과 범인 그 자체의 얼개가 중요한 독자라면, 이 책에 대해 그리 후한 평을 주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겐, 참 여러모로 의외였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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