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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너에게 선물하고 싶은 말 (영화 원작)

스위벨 2017. 10.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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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책]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원작 소설)

/ 스미노 요루 지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아주 파격적인 제목을 가진 소설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상영중이다. 또한 만화책으로도 출간되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만화책으로 먼저 보게 되었다. 만화로 접한 내용이 꽤 흥미로워서, 영화의 개봉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원작소설을 읽어보고 싶었다.

 

 

◈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줄거리

 

''는 타인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고등학교 남학생이다. 친구도 없지만, 홀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홀로 보내는 시간들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맹장 수술 후의 처치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누군가 놓고 간 책 한 권을 발견한다. 책을 펼치자, 그 안에는 누군가 적어가는 노트가 들어 있고, '공병문고'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췌장의 병으로 인해 얼마 안 있어 죽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내 앞에 공책의 주인이 나타난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같은 반 여학생 '사쿠라'다. 언제나 활발하고 명랑해서 친구도 많고, 반에서 있기있는 여자 아이. 그녀는 췌장의 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인데, 가족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비밀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비밀을 우연찮게 알게 된 나에게, 그녀는 조금씩 다가온다. 홀로 있는 시간을 즐기던 나는 곤혹스러워하지만, 사쿠라는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클라스 메이트니까, 다른 친구들 앞에서 하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을 편하게 할 수 있다며 나를 자꾸만 끌어낸다.

사쿠라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마음 속에 점점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병을 앓고 있는 사쿠라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 가는데...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시한부'라는 뻔한 소재를, 아주 의외의 방식으로 풀어간다.

 

소설은 주로 '나'와 '사쿠라'에게 시선이 맞추어져 있다. 다른 인물들의 등장은 최소화되어 있고, 그 부분을 '나'와 '사쿠라'라는 전혀 다른 두 인물에 집중한다.

 

'나'는 혼자인 인간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는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없는 것에 대해 딱히 외롭다거나 하는 생각조차 가지지 않는다. 무언가에 적극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삶을 방치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해야할 공부를 적당히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사쿠라'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가족 속에 있는 자신, 반 친구들과 관계 맺는 자신, 친한 친구와 함께 있는 자신 등..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감정을 건네고, 감정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소설 속에서 '사쿠라'는 친구들에게 명확히 '사쿠라'라고 불리는 데 반해, '나'는 '음울한 클래스메이트, 소문난 클래스메이트' 정도의 말로 지칭된다. 그러다가 소설 끝부분에 가까워져서야, 비로소 이름이 밝혀지고,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누군가에게 붙은 이름이란, 그렇게 타인과의 관계 속에 있을 때 필요한 법이니까.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속에서는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가 참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들이 주고 받는 말은 통통 튀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아주 담백하다.

타인에게 별 신경쓰지 않고 살아온 '나'는 다른 이들이라면 시한부 친구에게 건네지 않을만한 말들을 별다른 무게감 없이 건넨다. 그래서 사쿠라 또한 그런 그에게 자신이 죽는다, 죽으면, 등등의 말을 자연스레 건넨다. 그런 말들은 청소년다운 그들의 유머와 섞여, 아주 가볍게 오고간다.

그래서 책은 술술 읽히면서, 라이트노벨처럼 가벼운 분위기인데, 내용을 보자면 또 그렇게 얕지만은 않은 게 이 책의 매력이랄까.

 

그리고 책은 아주 의외의 결말을 향해 다가간다. 늘 그렇게 삶은 알 수 없는 의외성을 지닌 것이라고, 삶의 결말이 이미 지어진 것처럼 쉽게 단정짓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만화책을 통해 결말을 이미 알고 읽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아주 단순하게 주된 스토리만 남긴 만화책에 비해, 소설은 훨씬 풍부한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단, 아주 격렬하게 지워버리고 싶은 한 문장이 있었다. "으아아아아 우..."뭐 이런 문장. 아주 고조된 순간, 이 문장 때문에 감정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는 주인공들의 고등학교 시절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런데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주인공 남학생이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가 덧붙여 졌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더 보고 싶어졌다. 사쿠라를 만나고, 그녀로 인해 달라진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어른이 된 그는 사쿠라를 어떻게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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