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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애프터 다크 - 무라카미 하루키 : 밤의 시간을 부유하는 사람들

스위벨 2015. 11. 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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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책] 애프터 다크 

: 밤의 시간을 부유하는 사람들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줄거리, 내용    

 

자정이 가까운 시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 '마리'에게 한 남자가 말을 건넨다.

"혹시 아사이 에리 동생 아냐? 전에 우리 한 번 만났지?"


그는 마리의 맞은 편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밴드 연습 때문에 자리를 뜬다. 그리고 얼마 후,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가오루'라는 여자가 마리를 찾아온다. 조금 전 마리와 함께 있던 그 남자, '다카하시'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말이다. 모텔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가오루는 모텔에 사건이 생겨, 중국어를 할 줄 안다는 마리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것이다.

 

가오루를 따라간 모텔에는 누군가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채 누워있는 중국인 여자가 있고, 마리는 그녀와의 대화를 통역해 준다. 그 후, 모텔 종업원과의 대화를 나누던 마리는 밤을 지내기 위해 가오루에게 소개받은 바로 향하고, 그곳에서 다시 다카사히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대화 중에 다카하시는 마리가 왜 집에 들어가기 않으려 하는지를 묻고, 마리는 언니 '에리'의 이야기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주 예쁘고 섬세했고, 그래서 모델로 활동하기도 하는 언니 '에리'. 그런 그녀가 벌써 두 달째 자신의 방에서 잠에 빠져 있다고.

  

 

◇◆◇

 

애프터 다크. 소설은 그 제목처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서부터 아침까지, 단 일곱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소설 속 이야기는 밤이 으슥해진 11시 52분에 시작해, 다음날 6시 52분에 끝이 난다.

 

소설 '애프터 다크'의 시점은 약간 특이하다. 소설에서는 '우리'라고 명명된 카메라의 시선이 존재한다. 마치 도시의 밤을 비추는 수십, 수백 대의 관찰카메라가 있는 듯이, 시선은 마리와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에리'가 있는 공간을 비춘다. 카메라는 멀찍이 있다가 가까이 클로즈업되기도 하고, 정확히 무언지 모를 공간 사이를 넘나들기도 하며 그 밤의 사람들을 관찰한다. 시선에는 여타의 감정이 존재하지 않고, 그저 하나의 '점'으로서 지켜만 볼 뿐이다.

 

그리고 그 '시선' 너머에는 항상 음악이 흐른다. 밤을 관찰하는 시선과 그 시선에 비추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언제나 음악이 함께 얹혀 있다. 그래서 소설은 흡사 영화 장면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웬일인지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서 밤을 세우려는 듯한 소녀 '마리'와 그녀의 언니와 다소 친분이 있는 남자 다카하시, 그리고 모텔의 직원들과, 폭행당한 여자와 그녀가 속해있는 중국인 조직의 남자, 여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남자, 그리고 마리의 언니 에리.

소설은 그렇게 '마리'로부터 시작해 참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각, 그리고 하나로 이어지며 하룻밤을 완성해 나간다.

  

 

애프터 다크는 깊은 밤의 이야기다. 밤이라는 깊고 은밀한 시간에 각자 홀로 존재하는 고독한 존재의 이야기이고, 그 밤에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 속 사람들은 자신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찰나의 순간이라도 다른 등장인물과 서로 스치며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며 자란 자매 마리와 에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국 어둡고 길었던 밤이 지나고, 서서히 동이 트는 시간이 찾아온다. 밤 동안 홀로 이곳 저곳을 떠돌던 마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줄곧 도망치며 회피했던, 자신과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생각했던 언니의 곁에 눕는다. 언니에게 이제 그만 돌아오라는 속삭임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밤이 지나간다.

  

 

소설 '에프터 다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 25주년 기념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어둠의 저편'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었는데, 이번에 원제 그대로인 '애프터 다크'로 재출간 되었다. 


카메라의 시점과 음악은 줄곧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 단 하룻밤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켜켜이 쌓이며 밤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간다. 소설 속 시점의 존재가 특이한 듯하면서도,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에서 보아왔던 익숙한 설정과 세계관이 느껴지기도 하는 책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악에 경험과 지식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책 속에 등장하는 참 많은 음악들의 상당 부분을 모른 채 지나쳐야 했다는 점이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 음악을 그 장면에 집어넣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다. 더 풍부한 감정으로 읽을 수 있었던 책을 다소 앙상하게 읽고 만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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