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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한 무한도전! -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

스위벨 2013. 12. 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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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 - 사랑을 위한 무한도전!

/ 유승호, 박은빈 주연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하지 못한 그 마음을, 소꿉친구의 결혼식에서야 처절하게 깨달은 한 남자가 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내 처지가 남루해서, 혹은 엇갈리기만 하는 상황에 지쳐서. 그리고 늘 내 옆에 있던 사람이니 언제 해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져서…

 

그렇게 그는 그녀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결혼식장에서야 폭풍 후회를 쏟아낸다. 그런 그 앞에, '컨덕터'라 자신을 소개하는 기묘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시간을 조종하는 기술을 보여주며, 자신이 과거로 보내줄 수 있다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그의 타임슬립이 시작된다.

 

 

일본판과 한국판 비교

 

 

 

일본 원작과 한국판에서 동일한 것은 인물 구성과 배경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여주인공(박은빈)과 남주인공(강백호), 그를 포함한 5명의 절친들, 아지트로 사용되는 분식집, 사제관계였던 여주인공과 그의 약혼상대. 남주인공이 야구를 했다는 것과 여주인공은 그 야구부의 매니저였던 것 등은 일본 원작과 동일하다.

 

차이점은 바로 그 틀의 정도이다. 한국판은 일본판의 심화버전이라고 생각된다. 단순 소재로만 다루어졌던 야구는 남주인공(유승호)과 여주인공(박은빈), 그리고 현재 여주인공의 약혼자(이현진)를 둘러싼 주요 배경으로 떠오른다. 남주인공의 꿈은 야구이며, 여주인공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버릴 수 없는 것도 야구이다. 일본판에서는 오로지 타임슬립과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에 반해, 한국판에서는 남주의 꿈과 좌절, 희망 등이 더 세밀하게 그려진다.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인물간의 관계다. 일본판에서는 5명의 친구들 사이에 거의 대부분 일어났던 일이, 한국판에서는 조금 더 확장된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여주의 부모님은 남주에게도 부모님과 같은 존재가 되었고, 남자주인공에게는 가슴 아픈 가족사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감정들이 생겨난다.

 

일본판이 좀더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이라면, 한국판은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조금 더 파고들어 들려준다.

 

 

 

드라마 속에 담긴 판타지

 

타임슬립이라는 드러내놓고 사용하는 판타지 소재도 있지만, 이 드라마가 더 중요하게 가지고 있는 건, 바로 바로 첫사랑과 소꿉친구 판타지다. 순정만화 종종 사용되는 첫사랑, 그리고 소꿉친구 관계. 그리고 그건, "어린 시절부터 계속된 소꿉친구는 주인공에게 특별한 사람이지만, 언제나 곁에 있었기에 미처 그걸 몰랐다." 는 그 흔한 설정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만화 속의 주인공은 당연 '핸섬 보이 & 큐트 걸'.

 

 

이 드라마는 마치 순정만화와 같은 스토리와 인물 구성을 가진다. 주인공의 친구들 또한, 그 판타지를 완성하기에 아주 적합하게 설정되어 있다. 운동부 남자주인공의 설정은 그 판타지에 맛을 더해줄 최상의 양념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남자보다는 순정 만화적 상상에 빠진 여성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가슴 콩닥콩닥, 로맨스이다.

또한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을 맡은 유승호 군과 박은빈 양은, 그런 순정만화적 로맨스를 잘 살려주었다. 위의 사진을 보시라. 정말로, 만화의 한컷을 사진으로 찍어낸 듯한 기분이 든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만약 타임슬립을 해서 되돌아간 그때, 그 장소에서 남자 주인공이 무언가를 이루어내 사랑을 되찾는 결말이라면, 그건 사람들에게 재미는 줄 수 있을지언정, 여운은 주지 못했을 것이다. 현실에서 사랑을 되찾고자 타입슬립을 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런 결말이었다면 결국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그저 판타지에만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는 결국 그 과거가 만들어낸 '현재'에 주목한다. '현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과거를 아무리 바꾸려 해 보았자, 현재에서 바뀌는 건 아주 미미했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큰 틀까지 바꾸어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의미를 가진다. 결국 주인공은 깨닫는다.

 

"과거를 바꾸기 위해서는 그 갖은 애를 쓰면서, 왜 나는 지금, 이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는가?"

 

 

 ◇◆◇ 

 

오랜만에 풋풋한 감성으로 지켜본 드라마다. 막상 방영 중에는 쳐다보지도 않아놓고, 뒤늦게 다른 케이블채널에서 하는 재방송을 보고 빠져버린.

뭔가 결말의 급격한 클라이맥스에 일종의 강박관념을 지닌 우리나라 드라마인지라, 그 결말이 지나치게 눈물과 신파로 흘러가긴 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도 좋았다. 유승호는 잘 울었고, 박은빈은 예뻤다.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며 풋풋하게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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