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고백- 미나토 가나에

스위벨 2013. 12. 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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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고백- 미나토 가나에

 

고백이라는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소설이다. 몇 명의 화자들의 독백이 모여 하나의 소설을 완성한다. 그 독백은 모두 그들이 하는 자신만의 고백인 셈이다. 

 

 

고백의 시작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종업식 날,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 앞에서 고백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교사직을 그만둔다. 딸이 죽은 사건이 원인이다. 그리고 얼마전 자신의 4살짜리 딸이 학교 수영장에 빠져 익사한 사고는 실은 살인이었다. 

딸을 죽은 두 명의 범인은 지금 이 교실에 태연하게 앉아 있는 학생이다. 자신은 딸의 복수를 위해 오늘 아침 그 학생들의 우유 급식에 에이즈 혈액을 주사했다. 

 

교탁에 선 선생님은 범인 A 와 B라고 지칭하지만, 다른 정보들을 노출함으로써, 범인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말하고 있다. 독자는 물론이요, 이야기를 듣는 학급의 아이들 전부가 알고 있다. 단지 이름만 언급하지 않았을 뿐, 확실한 의도를 가지고 범인의 정체를 확연하게 밝히고 있다.

 

 

복수의 전개


담임이 밝힌 '에이즈 혈액을 주사했다'는 사실과 함께 아이들은 동요하기 시작한다. 범인인 두 아이의 삶에는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 이미 비뚤어진 마음은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튼다. 그에 더해, 두 범인으로 말미암아 학급에는 이상한 분위기가 감돈다. 학급은 점차 분열되고, 그 분위기를 더욱 몰아가는 건 새로 부임한 열혈 선생님이다. 한 사람의 선의가, 상황 속에서 얼마나 치명적인 악의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범인으로 지목된 두 소년은 각자의 파국을 향해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모습은 사뭇 다르다. 두 소년의 마음이 비뚤어진 이유가 확연히 다르듯이.

 

 

 

비뚤어진 악의에 가득 찬 아이들, 그리고 소년법

요즘 아이들은 아이들이 아니다, 라는 말을 흔히 한다. 하지만 법은 여전히 그들을 옹호한다. 그리고 그 법 속에서 억울한 것은 피해자와 유가족이다. 

아이들이 법에 의해 옹호받는 이유는 그 미숙함 때문이다. 아직 생각과 가치관이 완전히 자라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철없는 악의가 무서운 이유도 바로 그 미숙함 때문이다. 제대로 된 판단 없이 왜곡과 억측, 그리고 윤리관의 부재로 만들어내는 섬뜩한 사건들이 점점 늘어간다. 점점 사건의 수위는 높아가고 잔인해져 가는데 처벌은 미미하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은 직접 복수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정당한가? 그 복수라는 그림 안에서 누군가는 의도치 않게 또 다른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그뿐인가. 살인자라는 빌미로 왕따를 시작하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는 단순 치기와 호기심, 그리고 또 다른 악의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것도 강한 자들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는 비겁한 악의만이 남았다.

   



각자의 고백, 고해, 또는 질문

한 장을 각각의 화자가 이끌어가는 1인칭 독백이다. 이는 미나토 가나에가 <속죄>, <왕복 서간> 등, 다른 후속 작품에서도 많이 보여주었던 서술법이다. 1인칭 화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지므로, 독자는 각 인물의 마음 깊은 곳, 그 내재된 감정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 다른 인물의 이야기에서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사건들이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자신이 주체가 된 이야기를 하고, 자신만이 담고 있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하나같이 물음을 던진다.

- 소년법은 정당한가?
- 직접 행하는 복수라는 건 정당한가?
- 소년이 품게 된 비뚤어진 마음은 순전히 그들만의 잘못인가?
- 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제재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학급 아이들의 괴롭힘은 타당한가?
- 과연 공평한 법이란 무엇인가?




이미 예전에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는 그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다고 해서 일부러 보지 않았다. 책의 내용도 결코 가벼울 수 없다. 하지만 책은 내용이 가진 그 무거움을 각각의 인물이 하는 고백이라는 구조로 참 짜임새 있게 분산시켜 두었다. 한 번에 퍼붓는 것이 아니라, 한 인물의 목소리, 그 다음 인물의 목소리를 차례로 들려줌으로써,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소설의 주제도, 긴장감도 잘 전달하고 있다. 

그들의 고백은 슬프고, 화가 나고, 안타깝다. 그리고 그 뒤에는 위에서 언급한 질문들이 내내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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