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스위벨 2013. 12. 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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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 우타노 쇼고

 

우타노 쇼고라는 작가의 책을 접하는 건 처음이다. 작가와 책에 약간의 정보를 얻고자 이 책의 제목을 인터넷 검색 창에 넣어 보았더니, 정말 많은 블로그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 있었다. 특히, 추리소설 BEST 목록에 올라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추천 이유는 한결같이 반전, 이었다.

허를 찌르는 반전. 추리소설에서 그만큼 독자의 구미가 당기는 유혹 문구가 또 있을까? 그 문구에 홀랑 넘어가, 나도 이 책의 독자 대열에 합류하고 말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정말 평이하다. 추리소설 치고는 말이다. 사람이 죽은 시체가 떡 하니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추격전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런 로맨스 소설 같은 시작이다.  

 

주인공은 한 남자다. 여자를 만나 연애도 하고, 운동도 하고, 활기차게 사는 한 남자. 그러던 어느 날 헬스클럽에서 만난 한 여자의 할아버지가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 사건의 이면에 보험 사기가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나'에게 수사를 부탁한다.

친구의 부탁으로 나는 그 부탁을 받아들이고, 사건을 수사하던 중, 아주 우연히 주인공은 기차 플랫폼에서 자살하려는 한 여자를 구한다. 그리고 그녀와 서서히 연인과 같은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이 책의 화자는 '나'다. 그러므로 1인칭 시점의 소설이다. 처음 읽기 시작해서는 뭔가 상당히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자가 '나'인데 현재의 이야기를 하다가, 과거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작품 속에 이제껏 말하던 화자가 아닌 작가가 개입하는 것 같다가, 무언가 모를 꿈 이야기를 하다가... 차라리 3인칭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산만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도중에는 왜 이게 그리들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책이던가 하는 의구심에 가득 휩싸였다. 결말도 왠지 뻔해 보였다. 설마, 내가 상상하는 그것이 그리 칭찬받은 반전이라면 정말 실망스러우리라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책장을 넘겼다.

    

 

조금씩 결말을 향해 가면서, 드디어 반전이 나왔을 때, 나는 뜨악! 할 수밖에 없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결말은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비슷했으나, 한편 내가 생각한 것과 크게 달랐다. 내가 생각한 결말에서 단 한 가지 사실만이 달랐을 뿐인데, 그것이 결국 소설 전체를 바꾸어버리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그 다른 한 점이 얼마나 큰 차이를 불러왔는지, 그리고 그것이 반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평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편협한 시각에 붙들려 작가가 만든 함정에 그대로 빠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초반에 느꼈던 뭔가 산만하다, 무언가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의 상당수가 이 반전을 위한 초석임을 깨달았다. 그 사실을 깨달으면서 나는 내가 놓쳤던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책의 앞장을 열심히 뒤적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문학적 구성이나 문장을 따지자면, 다른 능숙한 작가들의 스킬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점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작가의 속임수는 뛰어나고, 그래서 갖게 되는 결말에서의 충격적인 반전은 충분히 즐겁다. 그렇기에 초반 내용과 구성이 허술한 것 같더라도, 반드시 끝까지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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