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스위벨 2013. 12. 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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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당신의 고민, 내가 들어줄게요.

오래된 잡화점에서 벌어진 하룻밤의 기적.

 

 

역시, 란 말을 내뱉게 만들고 말았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야" 라고 말이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또 단순히 그렇게만 말하기엔 아쉽기도 하다.

 

 

기묘한 시작

 

강도짓을 하고 도망치던 도둑 3인조는 오래 비워진 채 방치된 한 잡화점으로 들어간다. 날이 샐 때까지 그 곳에서 잠시 몸을 감추려던 것이다. 그런데 잡화점의 우유 배달통에 편지 한 장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누군가의 고민을 적은 상담 편지였다.

 

누군가의 고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삼인조 중 하나는 그 편지에 답장을 써서 다시 우유통에 넣어둔다. 그러나 인기척도 없었는데 우유통에 넣은 답장 편지는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로부터의 답장이 도착한다.

 

도무지 어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도 지나간 사람이 없는데 편지는 사라지고, 답장이 도착하다니!

 

 

과거와 연결된 시간의 통로

 

나미야 잡화점은 오래 전, 지금은 돌아가신 '나미야'란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장난삼아 던진 고민에 할아버지가 답을 하면서부터 나이먀 잡화점은 '상담'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사소한 장난같은 질문에도 할아버지는 늘 고민하며 진심으로 답장을 써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나미야 잡화점의 상담소도 끝이났다. 그리고 나미야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

 

도둑 3인조가 나미야 잡화점으로 접어든 그 시각, 나미야 잡화점의 우유 배달통은 30년전의 시간으로 연결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사람들이 나미야 할아버지가 없는 줄도 모르고 그 우유통을 통해서 고민상담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는 미래의 도둑 3인조가 받아 보았던 것이다.

 

마치 영화 '시월애'에서 편지함이 과거와 미래의 연결통로가 된 것과 같다. 나미야 할아버지가 고민 편지를 받고, 또 답장을 넣어두던 우유통이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연결한 통로가 된 것이다.

 

 

 

누군가의 고민, 그리고 고민을 들어준다는 것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우리는 늘 누군가 그 고민을 듣고, 답을 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산다. 나보다 나은, 나보다 현명한 누군가 명확한 답을 해주길 말이다. 하지만 답장을 보내는 건, 조금은 멍청하고, 조금은 어리숙하고, 또 상당히 나쁜 길로 빠진 삼류 인생, 도둑 3인조다.

 

 

그리고 답장을 받은 이들은 각자 다른 선택을 한다. 여러 번 편지를 통해 고민을 하면서도 도둑 3인조의 말을 따르지 않는 선택을 한 사람도 있고, 미심쩍은 생각을 하여 여러 번 확인을 하면서도 결국 도둑 3인조의 말을 따른 사람도 있다.

 

그들은 상담 편지를 받고도 여러 모로 생각을 하고, 결국은 자신들이 결정을 내린다. 심지어 조언을 따를지 말지 조차 자신의 결정인 셈이다. 그렇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하든, 누군가의 조언을 받든, 결국 답은 본인이 스스로 내리는 것이다. 결국 상담편지마저도, 자신이 답을 모른다기보다는 자신의 답을 확고히 하고 싶은 마음에 사용하게 되는 도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불안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다른 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 뿐이다. 결정은 늘, 스스로의 몫이다.

 

 

 ◇◆◇

 

나미야 잡화점에서 벌어진 하룻밤의 기적은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준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작은 기적을 디딤돌 삼아, 더 큰 기적을 만들어 낼 준비를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날 일어난 기적은 정말 사소한 한 가지였다. 단지 하룻밤, 시간의 통로가 잠시 열렸을 뿐이다. 편지를 보낸 것도, 답장을 쓴 것도 '사람'이 행한 일이다. 결국 사소하게 시작된 한 점으로부터 모든 기적을 만들어낸 것은 결국 그 안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기적의 시작에는 '나미야'할아버지가 평생 품고 산 따스한 마음이 있었다.

 

결국 작가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작은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을 만들고, 그로 인해 생겨난 작은 기적은 더 큰 기적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기적은 아직 꿈꿀만 하고, 그 꿈을 꾸는 사람은 기적을 만들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나미야 잡화점이 그날 밤 만든 기적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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