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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극장판

스위벨 2014. 2.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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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애니메이션]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아노하나 Anohana : The Flower We Saw That Day)

 

/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

/ 이리노 미유, 카야노 아이 목소리 출연

 

 

친구 멘마가 떠나고 1년 후, 남은 5명은 멘마에게 보낼 편지를 쓰며, 떠나간 친구를 다시금 떠올린다. 멘마의 영혼이 자신들을 찾아왔던 그 기적적인 순간을.

 

 

초등학교 시절, 6인조 친구들이 모여 결성한 '초평화 버스터즈'. 멤버는 진땅, 멘마, 야나루, 폿포, 유키아츠, 츠루코. 이 6명의 친구들은 무슨 일이든 함께한다. 그러나 그 작은 아이들의 마음에도 이런저런 감정이 피어 오른다. 그런 와중에 멘마는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며 그들의 곁을 떠났다. 착하고 예뻤던, 그리고 친구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소녀는 그렇게 갑자기 사라졌고, 초평화 버스터즈는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멘마가 죽은 후 5년의 시간이 흐르고, 멤버의 리더격이었던 진땅은 고등학교 입시에서 실패한 후, 등교를 거부하고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그런 그 앞에 '여름의 짐승'이 나타났다. 바로 초등학교 시절 죽은 '멘마'였다.

 

 

처음에 진땅은 자신의 환상이 만들어낸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멘마는 오직 진땅의 눈에만 보이기 때문이다. 멘마는 소원을 들어달라고 하기 위해 찾아온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땅은 그녀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멀어졌던 '초평화 버스터즈' 친구들도 하나 둘씩 함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 친구들은 멘마가 보인다는 진땅의 말을 도무지 믿지 않으며, 그가 아직도 과거에 잡혀 살고 있다고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멘마의 일에 함께 하는 건, 그들 또한 그날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멈추어 버린 시간

 

 

그들의 시간은 그 순간 갑자기 멈추어 버렸다. 멘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서... 남은 5명은 모두 멘마의 사고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패배자 같은 삶을 사는 진땅도, 유명 사립고에 진학해 번듯하게 보이는 유키아츠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리고 다른 3명의 친구들에게도 각자 자신만이 알고 있는 죄책감이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초평화 버스터즈는 함께 할 수 없었다. 멘마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때문에 그들의 어린 시절은 그 시간 그대로 멈추었고, 마음 속의 상처도 그대로 남고 말았다. 그리고 멘마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함께하는 동안, 그들이 감추고 있었던 상처들이 여실히 드러나게 된다.

 

 

 

멈추지 못한 숨바꼭질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그들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자신의 행동을 멘마에게 사과하지 못했고, 멘마와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고, 그녀를 제대로 보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 앞에 멘마가 나타났다. 그러나 재회를 느낄 충분한 시간도 없이, 또 다시 느닷없는 작별을 마주하고 말았다. 멘마가 사라질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작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멘마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 짜내 편지를 남긴다. 그리고 편지를 읽은 친구들의 눈에 드디어 멘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진땅에게만 보이던 멘마가 모든 친구들에게 보이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멘마가 죽은 이후로도 그들의 숨바꼭질은 끝날 수 없었다. 숨어 있는 멘마를 찾을 수 없었기에…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마음 속 어딘가에 숨은 멘마를 아파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멘마를 드디어 찾아냈다. 그래서 친구들은 어렸을 적 그때처럼 온 힘을 다해 소리친다 "멘마, 찾았다!"

 

 

 

 

아름다운 꽃으로 피다

 

그들은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려 숨어있던 멘마를 찾아냈고, 서로의 진심을 전했다. 그제야 멘마는 친구들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듯 사라졌고, 친구들도 멘마의 죽음을 비로소 받아들였다. 숨바꼭질은 끝났고, 더 이상 멘마를 찾아 헤메이지 않아도 된다.

친구들을 너무도 사랑했던 멘마는 그것을 위해 다시 친구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제대로 이별하고 자신을 떠나보냄으로써, 친구들의 시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아름다운 마음으로 친구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싶었던 멘마는, 그렇게 친구들의 마음 속에 꽃으로 남았다.

 

멘마가 친구들과 이별하는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누군가와의 이별은 대부분 슬픔과 아쉬움을 동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이별해야 한다. 이별을 맞이했을 때에야 비로소 누군가에 대한 진실한 평가가 드러나곤 하기에…

 

 

◇◆◇

 

극장판은 기존에 만들어진 TV애니메이션을 압축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완성도를 위해 30%정도의 내용을 새로 제작해 삽입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멘마의 영혼이 떠나고 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벌어지는 친구들의 내용과, 어린 멘마가 친구들을 처음 만나게 된 장면, 등등은 모두 새로 삽입된 내용이다.

 

나는 TV애니메이션 전체를 먼저 보고 나서 극장판을 보았다. 물론 시간상의 제약으로 인물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라든지, 각자가 가진 감정의 깊이는 TV애니메이션 보다 훨씬 덜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처음 애니메이션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인물의 감정이 제대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TV 애니메이션을 통해 '초평화 버스터즈'와 '멘마'를 기억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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