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요리코를 위해 - 노리즈키 린타로

스위벨 2014. 1. 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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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요리코를 위해 – 노리즈키 린타로

 

 

열일곱 살, 고등학생 딸이 살해당했다. 이름은 요리코. 그녀의 시신은 집 근처의 공원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자꾸만 그에게 무언가를 숨기려고만 한다.

 

아버지 '유지'는 딸을 위해 직접 범인을 찾기로 한다. 그러던 중, 딸이 임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의 아버지는 요리코가 다니는 사립 명문 학교의 교사로 추측되고, 유지는 그의 뒤를 밟으며, 그가 범인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에게 딸의 임신 진단서를 들이밀어 자백을 받아낸 후 그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고자 약을 먹는다. 그리고 죽기 전, 이 모든 과정을 자신의 수기로 남긴다. 가족 모두가 죽고 혼자 남겨질 사랑하는 부인, 우미에를 위해서.

 

 

하지만 그의 자살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약을 먹은 그는, 부인의 간병인에 의해 일찍 발견되어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범인을 살해했다는 사실과 함께, 그가 남긴 수기의 내용이 밝혀지며, 사건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수기의 내용을 접한 사람들은 아버지의 절절한 마음에 감복하며, 그에게 동정론을 펼치기도 한다.

요리코의 가족에게는 14년 전 겪은 뼈아픈 사고가 있었다. 교통사고로 인해 요리코의 엄마 우미에는 임신 중이던 둘째 아이를 잃고, 하반신을 못 쓰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간병인이 곁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오직 딸 요리코만이 그들 부부의 희망이었기에 그들은 버텨냈다. 그러나 요리코마저 죽고, 낙심한 아버지가 딸의 복수를 했다는 내용은 대중에게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사건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곳까지 파장을 일으킨다. 고등학교 이사장은, 학교에 대한 평판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정치인 오빠의 명성에 누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방안을 생각해낸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바로 유명 추리소설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다. 과거 경찰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 적 있는 린타로를 사건에 끼어들게 해서, 또 다른 음모론을 사람들 사이에 퍼트리고, 자신들은 빠져나가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하지만 '노리즈키 린타로'는 결코 그들의 계산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가 궁금한 것은 오직 진실이다. 따라서 그는 요리코의 아버지가 남긴 수기에서 의문점을 발견하고,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둡고 추악한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가 남긴 수기

 

책장을 펼치고, 처음 독자가 접하게 되는 것은 요리코의 아버지 '유지'가 남기 수기다. 독자들은 그의 글을 바탕으로 사건의 내용을 파악하고, 요리코 가족의 과거를 알게 되고, 요리코가 어떤 아이였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기'란 전부 유지의 시각에서 쓰여진 글이다. 그 수기를 보는 사람은, 쓴 사람의 시각을 바탕으로 그 내용을 볼 수밖에 없다. 자살을 앞둔 사람이 쓴 글은, 그만큼 진정성을 담고 있으리라는 것이 우리들이 보통 갖게 되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건을 실제로 보지 못하고 수기를 통해 접하는 사람은, 수기를 쓴 그의 시각으로 모든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느 새 그를 통해 파악한 정보를, 나의 시각으로 자리잡게 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추리소설가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역할을 맡은 추리소설가 '노리즈키 린타로'는 실제 이 소설 작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추리소설가가 탐정이 되어 풀어내는 사건이다. 물론 흔한 탐정 캐릭터는 아니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추리소설가란 직업 또한, 세상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을 매일매일 생각하고 관찰하는 직업인 만큼, 그 방향으로 지식과 감각이 쌓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가 글을 쓰는 '작가'라는 측면도 이 소설 속에서는 주요할 듯하다. 노리즈키 린타로가 처음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버지 유지가 남긴 '수기'였다. 누군가가 남긴 글을 토대로 그 사건을 해결하는 이 또한 글을 쓰는 '작가'인 것이다. 누군가가 '글'을 통해 남긴 단서를, '글'을 통해 읽어내고 발견해 내는 것이 사건을 푸는 열쇠의 시작이었다.

 

 

요리코를 위해

 

책의 제목인 '요리코를 위해'라는 말은 아버지가 하는 말이기도 하고, 탐정역할의 '린타로'가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과, 린타로의 말이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듯 보이는 그 한마디 말 속에,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결국 밝혀진 진실은 끔찍하고, 추하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한 가족이 맞게 된 뜻밖의 사고와, 거기에서부터 자라난 왜곡된 마음과 비뚤어진 사랑이 있다. 사랑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굽은 애정과 엇나간 마음은, 그렇게 최악의 결과를 불러오곤 한다.

 

그리고 이제야 모든 결말이 밝혀졌다고 생각한 순간, 독자들이 한껏 마음을 놓은 그 순간, 책은 다시 한번 충격을 안겨 준다.

 

 

◇◆◇

 

어쩐지 책을 읽는 초반부터, 결말이 예측되어 버렸다. 평소 나는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그리 감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어쩐지 처음부터 알아버렸다. 작가가 지나치게 감싸서 숨기려 한 게, 오히려 도드라져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끝장까지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머릿속으로 결말이 보이면서도, 책을 읽는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나름대로 각자 특징을 지니고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그리고 책의 처음에 '수기'라는 '매체'를 통해서 독자에게 내어준 정보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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