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와카타케 나나미

스위벨 2014. 1. 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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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 와카타케 나나미

 

 

소설 속의 '와카타케 나나미'란 인물은 건설 회사의 사보 편찬 업무를 맡게 된다. 사보가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매달 사내보에 단편 소설을 싣기로 하고, 그 일을 글을 쓰는 선배에게 의뢰한다. 일 년 간 한 달에 한 편씩 단편을 써 줄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 일을 부탁 받은 선배는 거절하면서, 대신 미스터리 풍의 글을 쓴다는 한 사람을 소개해 준다.

 

그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 바탕이 되는 이야기에 자신의 해석이 덧붙여진 글을 쓴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 의아한 조건을 내건다. 사내보에는 작가의 신원, 이름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담당자인 와카타케 나나미도 그의 존재를 알 수 없다. 와카타케 나나미는 그 조건을 수락하고, 3월부터 다음 해의 2월까지, 총 12편의 단편이 사내보를 통해 실리게 된다.

 

 

◇◆◇

 

책은 이러한 구성으로 이루어 진다. 초반 와카타케 나나미와 선배가 주고받는 편지 세 통, 사보에 실린 12개의 단편, 그리고 그 후에 이루어진 와카타케 나나미와 익명 작가의 만남 이야기. 물론 책의 대부분은 사내보에 매달 실리는 단편소설이 차지한다.

 

 

그런데 이들 단편은 조금 특이하다. 각각의 단편은 무언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단편들은 제각각이다. 일상의 평범한 수수께끼인가 싶다가, 사람이 죽거나, 초자연적이거나 귀신이 등장하는 등의 이야기도 나타난다. 그렇게 익명 작가의 단편 소설들은 별 의미를 담고 있지 않는 중구난방 격의 느낌을 준다.

하지만 모든 단편소설이 끝나고, 와카타케 나나미와 익명 작가가 만나는 점에서 이야기는 슬쩍 진실을 드러낸다. 그 시시하고 의미 없어 보이던 단편들이, 실은 하나의 관통되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모두 별 일이 아닌 듯한 사건들이다. 그러한 사건들에 익명의 작가가 붙이는 자신의 해석이, 그 사건을 소설로 만들어 낸다. 단편적으로만 보이는 한 사건에 이 익명의 작가는 이런이런 속 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자신만의 추리와 해석을 붙이는 것이다. 그의 해석은 유쾌한 결말일 때도 있지만, 간혹 섬뜩하고 무서울 때도 있다. 사건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는 일들이, 그렇게 한 인물의 추리와 해석을 토대로 미스터리로 재탄생 된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소설]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일본 색이 강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추리의 열쇠로 작용하는 주요 단서들은 일본의 단가 속에 숨어 있기도 하고, 일본어에서 사용하는 한자에서 기인한 것도 상당수이며, 일본의 문화나 일본 풍습과 관련이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래서 일본인이 아닌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읽는 맛이 떨어지는 소설이다. 인물이 소설 속에서 던져주는 단서를 바탕으로 함께 독자들도 예측을 해 가며 읽는 것이 추리 소설의 맛일 텐데, 그러한 속사정을 다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들이 준 단서는 별 의미가 없었으며, 그래서 후에 추리가 모두 밝혀진 뒤에나 사건의 숨은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건 사건에 따라붙는 익명 작가의 '해석' 부분이다. 소설에서는 사건 자체의 벌어진 현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에 붙이는 익명 작가의 추리와 해석이 상당히 의미를 가진다. 이건 어쩌면 작가의 상상의 나래이기도 하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주로 제 3자의 입장에 선 그가 내놓는 결말은 때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가곤 한다. 그리고 그 단편들을 엮어 가며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숨은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일상 속에 숨은 진실과 사건을 보는 다른 시각, 그리고 단편 속에 감추어 놓은, 뒤늦게 깨달아지는 은밀한 단서들이 있다. 아마 결말을 알고 나서 책의 앞장을 다시 찾아 보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또한 결말을 읽고 나서, 놓친 부분들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책을 열심히 뒤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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