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왕복서간 - 미나토 가나에

스위벨 2014. 1. 1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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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 왕복서간미나토 가나에

   

   

[고백]으로 유명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이다.  이 책 한 권은 단편 3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단편들은 모두 편지글(서간체)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누군가와 주고받는 편지 글의 모음, 그래서 제목도 '왕복서간'이다.  

 

이 책에 실린 세 단편은 모두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 받는다. 편지를 주고받는 인물들에게는 과거 겪었던 한 가지 사건이 있다. 편지를 통해 인물들은 자신이 몰랐던, 혹은 감추어 두었던 사실들을 직면하게 된다.

 

 

십 년 뒤의 졸업문집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회장이었던 '고이치'와 부회장 '시즈카' 의 결혼식. 모든 동아리 친구들이 모이지만, 단 한 명만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바로 과거에 '고이치'와 사귀었던 '지아키'다.

 

오래 외국에 나가 있어 친구들의 소식을 몰랐던 에쓰코는, 고이치와 결혼하는 게 지아키가 아닌 시즈카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리고 지아키가 사라진 것에 의문을 품고, 결혼식이 끝난 다음 동아리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 지아키의의 행방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지아키의 행방불명 이면에, 지아키가 산에서 얼굴을 다친 사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고에 대한 석연치 않은 점들을 알게 된 에쓰코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 사건의 진실을 묻기 시작한다.  

 

 

지아키가 얼굴을 다친 사고는, 정말 단순한 사고였을까? 사고 후,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한 음성 메시지는 정말 그녀가 남긴 것일까? 어떻게 고이치와 시즈카는 결혼을 하게 된 것일까?

   

   

   

이십 년 뒤의 숙제

   

고등학교 선생님이 된 '오바'에게 초등학교 은사님이 한 가지 부탁을 해 온다. 아파서 거동이 불편한 자신을 대신해서, 과거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 6명을 만나보고 그들의 근황을 편지로 알려달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선생님의 부탁을 수행해 나가던 오바는, 그 6명이 공유하고 있는 과거의 한 사건을 알게 된다.

   

그들은 선생님이 4학년 때 담임을 했었던 학생으로, 가을에 낙엽 줍기 겸 소풍을 함께 간 아이들이었다. 그날의 동행은 그 6명의 학생과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의 남편이었다. 그 소풍 도중에 남학생 하나가 물에 빠지게 되었고, 선생님의 남편이 구하러 들어갔다. 하지만 선생님의 남편은 수영을 할 수 없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마치코 선생님이 구하러 물에 들어갔으나, 남학생은 살고, 선생님의 남편은 죽었다.

   

 

그날 선생님이 살리려 한 것은 누구였을까? 열 살 제자, 아니면 수영 못하는 남편? 왜 선생님은 갑자기 6명의 학생들을 만나달라고 부탁했을까? 그 부탁을 굳이 '오바'에게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

   

중학교 때부터 친구이자 연인인 준이치와 마리코. 준이치가 갑자기 해외봉사단원으로 2년간 떠나게 되었고, 준이치와 마리코는 편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는다.

그들에게는 잊지 못할 중학교 때의 사건이 있다. 자재 창고에서 벌어진 화재 속에서 준이치가 마리코를 구해낸 것이다. 그 사건에는 준이치와 마리코의 동급생 두 친구도 연관되어 있는데, 두 명은 그 사건과 관련되어 이미 죽고 없다. 자재 창고에 함께 있던 가즈키는 화재 현장에서 죽었고, 그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 아쓰타카는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하지만 그 사건에 대해 마리코는 기억을 잃었다.

   

편지를 속에는 자연스럽게 과거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실리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마리코는 잃었던 기억을 하나씩 찾아간다. 그러나 마리코가 되살려낸 기억은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 그리고 사고 현장에서 자신을 구해준 준이치가 말해준 것과도 다르다.

   

 

화재는 무엇 때문에 일어났을까? 화재 현장에서 준이치가 자기의 절친한 친구 대신 마리코를 구한 이유는 무얼까? 준이치는 연인인 마리코를 두고 왜 갑자기 해외 봉사단원으로 가버린 걸까?

   

◇◆◇

 

편지는 일종의 독백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작가의 전작 <고백>의 형식과도 비슷하다 하겠다.

편지는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상대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쓰는 사람도 말처럼 쉽게 내뱉는 것이 아니라서, 문장을 하나씩 골라 신중히 쓰게 된다. 그리고 혼자서 하는 말인 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다. 그만큼 한 사람의 내면을 보다 깊이 담을 수 있다. 하지만 글로만 이루어지다 보니 상대의 숨겨진 의도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도 하다.

   

'미나토 가나에' 라는 작가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각자의 사람들이 보는 여러 개의 시각을 좋아한다. 이는 작가의 전작 <고백>, <모성>, <속죄>등의 작품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똑같은 사건을 겪었는데도, 각자의 입장이나 상황에서는 서로 다른 사실이 보이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란 게 얼마나 편협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꼭 모두의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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