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 기린의 날개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 짓눌리지 않고 가뿐하게, 재밌게 읽는다. 그러나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한 두가지쯤 생각할 문제들을 함께 녹여낸다.
그 중에서도 가가형사 시리즈는 특히 좋아하는 편. (가가 형사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들어낸 형사 캐릭터.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소설은 붉은 손가락,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악의, 신참자 등등이 있다.) 이번 소설 '기린의 날개' 또한,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가가형사 시리즈 중 한 권이다.
늦가을, 도쿄 중심에 위치한 니혼바시 다리에서 한 중년 남자가 칼에 찔린 채 경찰에서 발견되고, 곧 사망한다. 특이한 점은, 피해자가 근처의 한 지하도에서 칼에 찔렸는데, 무슨 이유인지 홀로 이동해서 다리 중앙에 있는 기린 조각상 앞까지 와서 사망했다는 것.
그리고 경찰은 곧 이어 용의자로 보이는 한 남자를 찾아낸다. 그러나 그는 도주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
용의자는 의식불명이고, 흉기도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경찰에서는 용의자가 과거에 피해자가 근무하던 회사의 공장에서 일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언론과 경찰은 과거 공장에서의 가혹한 처사에 불만을 품은 용의자가 피해자를 죽인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리고 경찰은 그러한 결말로 서둘러 사건을 종결짓고 싶어한다.
하지만 가가형사는 다른 의문을 품는다. 피해자는 어째서 칼에 찔린 극심한 상처를 입고 홀로 다리까지 걸어 갔을까. 피해자는 왜 그날 그곳에 있었을까.
'기린의 날개'는 이전에 가가 형사 시리즈를 읽었던 독자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듯하다. 소설 기린의 날개 속에는, 이전 가가형사 시리즈들과 맞물리는 내용이 꽤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사건 자체의 연관성은 전혀 없기 때문에 아예 다른 책들을 모르고 읽어도 완전한 한 권이다.)
소설에서는 '가족,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꽤 등장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는 소설 '붉은 손가락' 속에 등장했던 가가형사와 그의 아버지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그리고 가가형사가 탐문을 다니는 '도쿄 니혼바시 거리' 내용에서는, 소설 '신참자'에서 나왔던 가게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기린의 날개' 속에서는 기존 가가형사 시리지의 다른 책들과 맞닿아 연결되는 아주 작은 부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소설 기린의 날개의 결말은, 놀랍다거나 의외성이 있지는 않다. 꽤나 익숙한 구성이고, 익숙한 결말이다. 굳건한 부성과 가족애를 강조한 점에서는 뭐, 가가형사 시리즈 답달까.
하지만 동정받던 피해자 가족들이 갑자기 사회적으로 외면받게 되는 상황이라던지, '공장'과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 자극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는 언론 등등은, 소설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소설 기린의 날개는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출판되었는데, 일본에서는 훨씬 전에 출판된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2011년에 이미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가가형사 역할은 배우 '아베 히로시'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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