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릴러] 폭스 밸리
/ 샤를로테 링크 지음
놀랍도록 똑같은 모습의 사건.
모방범인가, 복수극인가?
폭스밸리 줄거리, 내용
어느 외진 주차장, 남편이 애완견과 잠시 산책을 간 사이, 부인인 바네사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차 문은 열려있고, 모든 소지품이 그대로 있는 채로.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지만 목격자도, 단서도 없는 사건은 조금의 진전도 없고, 바네사의 생존 여부도 알 수 없다.
한편, 바네사는 라이언이라는 남자에게 납치되었다. 라이언은 어렸을 때 자신이 발견하여 '폭스밸리'라 이름 붙인 동굴로 바네사를 끌고 간다. 워낙 외진 곳에 있어 그 지역 사람조차 존재를 알지 못하는 곳이다. 라이언은 몸값을 받으면 풀어주겠다 말하고, 관처럼 생긴 나무상자 안에 일주일 치 식량과 함께 바네사를 감금한다.
그러나 라이언은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어보기도 전에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납치 전 벌인 싸움 때문이었다. 과거 전과가 있는 라이언은 교도소로 가게 되고, 바네사의 일을 두고 고민한다. 하지만 납치 사실까지 더해지면 더 엄중한 가중처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 결국 입을 다물고, 폭스 밸리에 갇힌 바네사의 생사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2년 반 후, 라이언은 출소한다. 그런데 출소하자마자 라이언의 주변에서 의문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다. 그리고 이어, 바네사 실종사건과 똑같은 모습으로, 또 한 여자가 사라진다. 해안가의 외딴 주차장에서 차문이 열려있고, 모든 소지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채로.
◇◆◇
소설은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을 가지고 시작한다. 납치된 여자를 아무도 모르게 가두어 두고 체포되어 버린 남자. 그리고 납치범이 출소한 2년 반 후, 소설은 비로소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설 속에는 참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납치범 라이언, 아내가 사라진 채 홀로 남은 남편 매튜, 납치범을 사랑하게 된 여자 노라, 매튜의 친구 부부…
소설은 그들 각자가 입장과 심리를 꽤나 자세히 들여다 보려고 한다. 단지 사라진 바네사와 관련된 부분뿐만 아니라, 인물 하나하나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어우러진다. 인물은 저마다가 다르게 처한 입장에서 그들만의 고민과 고통, 그리고 흔들리는 내면을 토로한다.
그와 더불어 누군가 마치 바네사의 일을 알고 있는 듯한 사건들이 출소한 라이언 주변에서 연달아 벌어지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그 긴장감을 더하는 설정 중 하나는, 바네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납치한 라이언 조차 마주할 진실이 두려워 '폭스 밸리'를 확인하지도 않고, 회피하기만 한다. 그래서 결국 바네사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시점까지, 소설은 꽤나 효과적으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탄탄하게 굴러간다.
(스포일러 주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바네사와 똑 같은 모습의 실종 사건이 다시 한번 발생하며 소설은 정점에 다다른다. 하지만 밝혀진 진실은 다소 김빠진다. 모든 설정을 바네사 실종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게끔 꾸며 놓고서는, 바네사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마지막에 가서야 빈손을 내보이는 모습이랄까.
결국 소설이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어떤 사건' 자체는 아니었다. 그 누구도 명확한 사실을 알 수 없는 사건을 만들어 놓고, 그에 따라 동요하고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리고 결국 자세히 들여다본 인간 개개인의 뒷모습에, 결국 사건의 진실도 숨어 있다.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했다. 그 덕에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아주 바쁘게 읽어버리고 말았다. 결말에 이르러서 다소 허무하기도 했지만, 시각을 단지 '사건' 자체에만 두는 것이 아니라 '인물 내면'에 둔다면 다른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듯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사소한 장면들과 인물의 면면을 살피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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