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검은 수련 - 살인 사건과 함께 시작된 세 여인의 탈주! (미셸 뷔시)

스위벨 2015. 10. 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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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 검은 수련

: 모네의 정원을 뒤덮은 불길한 애도의 꽃!


 

/ 미셸 뷔시 지음

 

 

    줄거리, 내용    

 

인상파 화가 모네의 정원이 있는 아름다운 지베르니 마을. 그곳에 세 여인이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모두 한 가지 바람이 있다. 바로 지베르니 마을을 떠나는 것.

  

그런데 한적한 새벽, 마을의 강에서 시신이 발견된다. 피해자는 마을의 의사인 '제롬 모르발'이다.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마을은 들썩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젊고 자신만만한 경찰서장은 자신의 보좌관과 함께 사건 조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은 드러나지 않고, 도무지 맞추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조각의 파편들만 드러날 뿐이다.

 

한편 그 살인사건을 계기로 세 여인은 탈출의 기회를 얻는다. 기한은 사건이 벌어지고 수사가 진행되는 단 13일, 그러나 이들 중 탈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다! 그곳을 빠져나갈 자는 누구일까?

  

 

◇◆◇

 

한 마을에 세 명의 여자가 살고 있다.

첫 번째 심술쟁이, 두 번째 거짓말쟁이, 세 번째는 이기주의자. …

세 명은 완전히 달랐지만 남몰래 같은 소망을 품고 있었다. 그건 마을을 떠나는 것이다. …

그러나 규칙은 가혹했다.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 다른 둘은 죽어야 했다. …

세 번째는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두 번째는 가장 영악했으며 첫 번째는 가장 단호했다.

그곳을 빠져나갈 사람은 누구일까?

 

이렇게 포문을 연 소설은, 세 여자의 이야기를 번갈아 오가며 풀어낸다. 이기주의자이자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어린 소녀 파네트, 영악한 거짓말쟁이인 여교사 스테파니, 그리고 단호한 심술쟁이인 ''로 칭해지는 노파.

  

 

소설의 큰 줄기는 '제롬 모르발' 살인 사건이다. 강에서 무자비하게 살인을 당한 마을의 의사, 그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것. 그러나 소설은 후반부에 들어설 때까지도 이렇다 할 결정적 단서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어린 파네트, 여교사 스테파니, 그리고 노파의 시각에서 그녀들 각자의 삶이 이어지고, 사건의 영향을 받고, 지베르니 마을의 일들을 관찰할 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도무지 하나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그 산발적인 이야기들이 후반까지 이어지는 동안 소설은 조금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하나의 열쇠가 구멍에 맞추어 지는 순간, 그렇게 어수선하던 작은 조각들은 거대하게 포효하며 한 점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일제히 맞추어지는 퍼즐들에, 몸에는 전율이 흘렀다.

  

 

책 속에는 인상파의 거장 모네와 그 시절 마을 사람들의 에피소드, 모네가 죽은 뒤 그림의 행방, 혹여 숨어 있을지 모를 모네의 명작 '검은 수련'에 대한 루머 등, 모네와 다른 화가들의 인상파 회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등장한다.

 

그와 더불어 인상파 회화가 그려낸 한 폭의 그림처럼, 지베르니의 풍경의 묘사하는 글들을 읽고 있으면, 어느새 머릿속에 그 풍경이 펼쳐진다. 방앗간, 모네의 집, 수련이 핀 호수 넓은 초원과 묘지 등, 진짜 지베르니의 장소 곳곳에 책 속의 배경 장소로 그려진다. 책 속 등장인물들은 그 속에서 살아 숨쉬고, 움직인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을 알고 나면, 왜 꼭 지베르니 마을이어야 했는지를 깨닫는다. 지베르니 마을은 폐쇄된 공간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의 관광객이 드나들지만, 마을은 모네가 살았던 그 시절의 모습으로 박제되어 있다.

모네가 살았던 시기의 모습, 모네의 화폭에 남아있는 그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사람들은 변화를 꿈꾸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이 멈춘 '지베르니 마을'은 책 속에서 공간 자체가 하나의 주요한 등장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감싸 안는다. 소설 '검은 수련'은 지베르니 마을이기에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이다.

 

결국 세 여인은 '지베르니'라는 공간에 갇힌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무자비한 광기와, 지베르니의 시간에 갇힌 것이었다.

  

 

'검은 수련'은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강렬했고, 진실에 이르러 당황했지만 곧 짜릿해졌다. 중반부까지는 고작 편린에 불과한 듯 보이는 사실들만 나열되는지라, 속도가 더디 나간다. 그래도 이 책을 든 누군가에게 꼭 끝까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에 다다르면, 놀라움 속에서 다시 책의 앞장을 더듬어 볼 수밖에 없을 테니!

 

그러고 나면 깨닫게 된다. 소설 앞부분에서 이미 중요한 힌트와 복선들은 모두 노출되었음을. 그리고 오히려 노골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그 힌트들을 깨닫지 못하고, 작가의 정교하고 매끄러운 속임수에, 그러나 아주 유쾌하게 홀랑 속아 넘어 갔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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