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글자전쟁 - 유일하게 남은 한 글자를 지켜라! / 김진명 지음

스위벨 2015. 9. 2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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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서] 글자전쟁


/ 김진명 지음

 

 

중국에는 '답()' 자가 없다.

한자를 자전에 따라 발음하면 곧 우리말이 된다.


5천년을 이어온 한자의 비밀은?

 


    줄거리, 내용    

 

수재로 칭송 받으며 자라온 이태민, 그는 오직 돈이 최고의 가치라 믿는다. 500억을 버는 것이 목표인 태민은 미국의 무기제조업체에 들어가 국제 무기 중개상으로 일하게 되고, 국제정세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 덕에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태민은 그에 머무르지 않고, 무기중개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커미션을 벌어들이기 위해 한국에 회사를 차려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무기 구매 과정의 비리를 캐내려는 수사팀의 그물망에 갇혀 궁지에 몰리게 되고, 중국으로 도피한다.

 

도피중인 중국에서도 그는 무기중개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북한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가고, 그러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명 '킬리만자로'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킬리만자로는 밤늦게 태민을 찾아와 USB하나를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살해당한다.

 

살해된 '킬리만자로'는 한국의 소설가로 이름은 전준우. USB를 태민에게 맡길 때, 그는 분명 '중국의 치명적인 약점'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태민이 USB를 열자, 그 속에는 전준우가 쓰다 만 듯한 소설 한 편이 들어있다. 그 소설은 누군가가 그를 죽이면서까지 없애려고 한 이야기다. 태민은 소설을 읽어나가기 시작하고, 그 소설이 '한자'의 거대한 비밀에 대해 담고 있음을 알게 된다.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늘이여 땅이여], [고구려], [싸드] 등의 작품을 쓴 김진명 작가의 소설이다. 김진명 작가는 우리나라 역사와 국제 정세 속 한국의 현실 문제가 담긴 작품을 많이 선보여왔다.

  

 

이번 소설 [글자 전쟁]에서 그는 색다른, 그러나 날카로운 시각으로 '한자와 그를 둘러싼 비밀'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작가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에서 의문을 가지고 이 소설을 시작했다고 한다.

 

1.

한자는 모두 중국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중국에는 '답()' 자가 없다.

한자를 자전에 따라 발음하면 중국어 발음이 아닌 우리말의 한자단어 발음이 된다. 이 괴리를 어찌 이해해야 할까?

 

2.

우리나라의 초대 문교부 장관인 안호상 박사. 한국에서 한자 교육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시기에, 그는 중국의 세계적 문호인 임어당을 만나게 되었다. 안호상 문교부장관은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 우리 한국까지 문제가 많다"고 농담을 던졌는데, 임어당이 "그게 무슨 말이요?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라며 핀잔을 주었다.

  

 

소설은 '한자'가 중국이 현재 주장하는 것처럼 그들이 오롯이 만든 글자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내 놓는다. 소설 제목처럼 '글자 전쟁'인 것이다.

 

"한자는 기본적으로 그림입니다. 그러니 두 글자가 발음이 같고 정확히 같은 뜻으로 쓰인다 하더라도 모양이 다르니 그 글자가 발생한 유래가 다르다는 말입니다."

"두 글자가 발생한 유래가 다르다면 쓰는 사람들이 달랐다는 뜻이군요."--- p.190

 

"아직 여기에 대해 확고부동한 이론은 없어. 하지만 어떤 글자가 있으면 그 글자는 가장 정확하게 발음하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가 있을 수밖에. 나는 이 문제를 자네에게 숙제로 내주고 싶네. 자네는 수재이니 뭔가 성과가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자네는 한국인이야, 한국말의 수수께끼는 한국인이 푸는 게 맞아."--- p.291

 

물론 이것은 소설이다.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일 수도, 그러나 그 속에 현실의 모습을 투영해 담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한자가 한국인의 뿌리인 동이족이 만든 글자라는 상상에 대해 과하다 할 수도,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 할 수도 있다. 반면 소설이 가진 의문에 충분히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한자의 뿌리'가 어디인가라는 그 문제는 제쳐 두고라도, 소설이 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우리는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이 소설 속 글자 전쟁은 단순히 과거에 벌어졌던 단순히 한자를 둘러싼 전쟁이 아니라, 현재 중국이 벌이고 있는 '역사 전쟁', '문화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중국은 동북공정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동북공정이란, 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다. 특히 중국의 전략지역인 동북지역에 있었던 고구려, 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문화란 한 국가의 현재이며, 역사와 뗄 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현재가 곧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역사를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편입시키려 하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과거 중국이 한자를 자신들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은나라를 동이족의 나라가 아니라 한족의 나라로 바꾸었듯이, 현재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자신들의 역사로 바꾸려 하고 있다. 소설 속 '한자' 이야기와 대응되는 현실의 '역사' 문제는, 허구의 소설이 아니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실임에 틀림없다.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것은 전쟁이에요. 과거 문명이 생기고 글자가 만들어지던 때로부터 시작된 전쟁. 피해 회복은 범인을 잡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오류를 바로잡는 데 있어요. 한둘의 범인이 아닌 수천만, 수억의 의식을 바꾸는 데 있단 말이에요. 그게 나의 전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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