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책] 천국의 소년
: 바보라 불린 어느 천재 이야기
/ 이정명 지음
줄거리
뉴욕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망한 남자는 총에 맞아 죽었는데, 안면부는 알코올로 깨끗하게 닦여 있고, 사채 주변에서는 피로 쓰인 숫자 한 줄과, 알 수 없는 기호 한 줄, 그리고 '나는 거짓말쟁이다'라는 문장이 발견된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의 이름은 '안길모'. 그는 북한 태생으로, 중국, 홍콩, 대한민국, 멕시코,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뉴욕에 이르기까지 떠돌았다. 그리고 여러 개의 위장 신분으로 마약밀매, 거대 폭력조직 가입, 불법 사기도박, 불법입국 등의 범죄를 저지르다 끝내 뉴욕에서 살인사건으로 체포된 것이다.
하지만 길모는 CIA요원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병원의 간호사는 용의자가 '퍼거슨 증후군' (자폐증의 일종)을 앓고 있음을 알린다.
정신연령은 낮지만, 수학에서만큼은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길모'. 수학을 좋아하는 간호사는 순수하게 수를 사랑하는 그를 이해하고, 길모도 그 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차츰 간호사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북한에서 뉴욕의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
수, 숫자, 수학, 한치의 틀어짐이 없는 확실한 세계. 모호하지 않고, 솔직하다. 길모는 보통 사람들이 보는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수가 존재하는 세계와, 그를 통해 바라본 세상일 뿐. 그래서 길모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수를 찬미하듯, 그가 온 인생을 바칠 대상이 나타났다. 바로 북한의 수용소에서 만난 '영애'. 영애를 지켜 달라는 그녀 아버지의 말을 따라, 길모는 얼굴에 황금비가 숨겨진 영애를 찾기 위해 지구를 가로지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세상은 길모를 가만두지 않는다. 오로지 영애를 찾기 위해 떠나온 길 위에서, 길모는 여러 이름을 가지고, 범죄자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길모가 한 것이라고는 영애를 찾는 것, 그것을 위해 수를 이용했고, 그 중에 길모의 수학을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 숫자의 방법을 알려준 것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끝끝내 그가 다다른 곳은 살인사건 현장이다. 간호사에게 하는 고백 내내 '나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던 길모의 말은, 살인 현장에 남겨져 있던 '나는 거짓말쟁이다'와 맞물려 책의 마지막에서 길모가 지니고 있는 진실을 여는 열쇠가 된다.
소설 '천국의 소년'은 [바람의 화원], [뿌리 깊은 나무], [별을 스치는 바람] 등의 소설을 쓴 '이정명' 작가의 책이다.
소설 속에서는 길모가 왜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었는지가 결국 풀어야 할 문제의 끝이고, 그 마지막에 다다르면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책은 이미 사건이 발생한 후, 범인이 검거된 후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줄곧 화자인 길모가 담당 간호사에게 이야기하는 형태로 말이다. 소설의 종착점에 이르러서는, 모든 내용이 반드시 '길모'의 입을 통해 나온 이야기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단조로울 수 있는 형식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에서는 '왜'를 찾아 가는 길목에서, '길모'란 소년이 수를 통해 세상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상세히 그리는 데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그가 만난 사람들을 비롯해 특별한 주인공의 특별한 사랑, 그리고 그런 길모를 가만히 두지 않는 세상의 모습...
책에는 내내 수와, 수가 숨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소설의 이야기와 더불어 숫자와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는 색다른 재미도 있었다.
세속적인 눈으로 보면, 길모는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참 많이 다르기에 답답하고 바보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각기 다른, 자신만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듯, 길모에게도 그만의 세상과 그가 추구해야 할 것이 있다라고 생각하면 아주 조금은 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숫자에서 찾아낸 소년의 해답, 그리고 돌고 돌아 마침내 다다른 곳. 그곳이 진정 소년의 천국이기를.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 - 별이 되어 남은 시인, 윤동주 / 이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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