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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 - 별이 되어 남은 시인, 윤동주

스위벨 2014. 3. 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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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별을 스치는 바람 - 이정명 지음

: 별이 되어 남은 시인, 윤동주

 

 

 

    줄거리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 그곳에서 제일 악랄하기로 소문난 교도관 '스기야마 도잔'이 잔혹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그 사건의 해결을 맡은 건 '와타나베 유이치'라는 3개월 차의 신임 교도관이다. 아직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학병 출신으로, 전쟁은 어린 그까지 교도소의 간수로 만들었다.

 

와타나베가 가진 단서는, 사망한 '스기야마 도잔'의 주머니에서 나온 시 한 편. 그리고 그는 검열관이던 스기야마 도잔의 소지품 중에서 또 다른 시를 발견한다. 와타나베 또한 책과 글을 사랑하는 청년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 시에서 결국 한 명의 한국인 수용자에까지 이르는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그에게 씌워진 일본어 이름, 히라누마 도주, 그를 부르는 한국 이름, 윤동주.

 

와타나베는 윤동주에 대한 탐색과 더불어, 수용소 안의 여러 사람들 사이를 헤매며 결국 진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거기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여러 관계가 얽혀 있었다. 그리고, 차마 믿기 싫은 악마의 얼굴이 숨어 있다.

 

 

 

글을 불태우는 검열관, 글을 노래하는 시인

 

살해당한 '스기야마 도잔'은 검열관이었다. 오가는 편지, 그들이 압수당한 책이나 문서를 검사하고, 한국어로 쓰여졌거나, 불온하다 여겨지는 것이 있으면 즉시 태워서 없앴다. 그는 '글'을 경멸했다. 그가 보기엔 이 잔혹한 전쟁을 만든 것도 그 글이라는 것을 배운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가 시인을 만났다. 말을 고르고 다듬어, 한 편의 시 안에 마음을 담아내는 시인 윤동주를. 그는 꼬투리를 찾기 위해 윤동주가 대필해준 많은 죄수들의 편지를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 본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스기야마 도잔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윤동주의 글에 매료되었고, 그 글이 담을 수 있는, 글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는 변해 버린 자신이 두려웠다. 어떤 책을 읽은 사람은 그 책을 읽기 전의 사람이 아니다. …

어느 날인가부터 그는 붉은 펜을 내려놓았다. 그는 더 이상 검열을 위해 엽서를 읽지 않았다. 대신 단아한 필체, 정겨운 감탄사들, 섬세한 형용사들, 낯익은 명사들의 위로를 받고 싶었다.

 

글의 힘을 알게 된 그는, 그러한 글을 쓰는 청년에 대한 생각도 바뀐다. 그를 이해했으며, 동경했고, 아까워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의 마음 속에 시인은 더 이상 죄수번호가 아닌, '윤동주'가 되어 담겼다.

그리고 한국어이기 때문에 사라져버린 윤동주의 시를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그는 그 시를 일본어로라도 남길 것을 제안하고, 그의 시를 받아 적기 시작한다. 시를 불태우던 그가, 이제는 시를 살려 내고픈 또 한 명의 시인이 된 것이다.

 

 

 

윤동주, 그리고 별빛이 된 시

 

시인 윤동주.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서시>, <별 헤는 밤>, <참회록> 등등, 책 속에는 그의 시가 많이 등장한다. 시의 전문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상당하고, 그 시들은 자연스럽게 책 안에 녹아 이야기를 앞으로 끌고 나가는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를 잃어야 할 사람은 나만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였다. … 태어나지 않은 조선인들은 위대한 스승을 잃을 것이고, 태어나지 않은 일본인들은 부끄러운 과거를 증언할 지식인을 잃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가지지 못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가지지 못할 순결한 시인을 잃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시만큼이나 청명하던 한 청년은, 국권을 잃어버린 조국에 태어난 죄로, 감옥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29세, 그토록 바라던 독립까지 고작 반 년 남은 시점이었다. 그러기에 책 속의 내용도, 결국에는 그를 잃어야 하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책은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았던, 그의 희망을 보여준다. 시인의 문장은, 잔인하게 변한 일본인 간수를 어루만졌고, 고통 속에 있는 한국인 수용자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그리고 시인 윤동주는 그렇게 안타깝게 죽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그의 시는 여전히 우리를 위로한다.

 

 

◇◆◇

 

[바람의 화원], [뿌리 깊은 나무]로 잘 알려진 작가, 이정명의 소설이다. 그의 이전 작품들은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은 가볍게 볼 수 없는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책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재미와 매력 또한 더불어 갖추고 있는 책이다.

허구의 소설은, 때론 알려진 사실보다 더 많은 진실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윤동주의 시가 여전히 남아 그 빛을 발하듯, 역사 또한 분명히 살아남아 기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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