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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 소멸할 모든 것들에 대한 감탄

스위벨 2014. 3. 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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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두근두근 내 인생 – 소멸할 모든 것들에 대한 감탄

 / 김애란 지음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나를 다시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부모님은 17살 때 '아름'이를 낳았고, 이제 아름이는 17살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이란 자로 측정할 수 없는 생을 살았다. '조로증'이라고 불리는 병에 걸린 아름이는 이미 노화된 노인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러 증상으로 인한 고통의 시간은 아름이로 하여금 남들보다 긴 시간 속에 홀로 있도록 만들었다.

 

아름이의 신체 나이는 여든을 넘었다. 심장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고, 피부는 탄력을 잃었으며, 눈은 곧 어둠에 갇히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노화를 막을 방법이란 없다. 17살, 이제 그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어린 부모와 늙은 아들

 

소설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이 자식을 낳는 이유는,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라고. 아이의 탄생을 지켜보며, 나의 탄생을 곱씹고, 아이의 걸음마를 보며, 내 걸음마를 되새긴다.

 

하지만 아름이의 가족에게는 그것이 뒤바뀌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그들은, 너무 빨리 노인이 된 아들 아름이를 만났다. 아름이는 자신이 결코 되지 못할 34이란 나이를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보고, 아버지는 자신이 늙었을 때의 모습을 아름이를 통해 본다.

 

하지만 시간은 몸으로 먹는 것만은 아니어서, 부모는 아무리 어려도 부모의 얼굴을 갖고, 자식은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갖는다.

 

 

삶은 죽어가는 과정, 죽어간다는 건 살아있다는 반증

 

아름이는 소멸을 기다린다. 그러나 그런 아름의 곁에는 온갖 살아있는 것 투성이다. 젊은이들은 자신이 젊다는 걸 모르고, 젊음을 마구 낭비한다. 자신이 가진 건강을 낭비한다. 그러나 아름이는 생각한다. 나도, 그들처럼 살아보고 싶다. 그래서 아름이는 부모님의 여름을 궁금해 한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그리고 자신의 생명이 움트기 시작할 부모님의 17살 무렵을.

 

죽음을 앞둔 주인공의 이야기지만, 책은 줄곧 생성을 이야기한다. 생명이 탄생할 무렵을 궁금해하고, 목숨이 터트려지는 그 순간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름'이 역시 살고 있다. 그 누구보다 힘껏 두근두근하면서. 그는 내일이 되면 더 이상 알지 못할까 두려워 더 궁금한 게 많은 소년이다. 그래서 질문이 많은 소년이다. 눈이 아직 빛을 볼 수 있을 때, 눈에 담을 온갖 좋은 것들을 한껏 보고 싶은 소년이다.

 

 

아름다운, 두근두근 내 인생

 

혼자 겪어야 할 시간이 아름이 안의 단어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름이는 삶 속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 그 두께와 무게를 가늠하고, 가장 적절한 말을 골라 문장을 꾸민다. 그리고 그 말들은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아 참 예쁜 말이구나, 재미있는 문장이구나, 하고 내 입 속에서 직접 굴려보고 싶게 만든다.

 

그런 소년의 이름은 '아름'이다. 그를 지칭하는 단어, '아름'. 소년에게, 그것도 노인이 된 소년에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름을 붙여주었다.

정신은 소년이지만 몸은 노인인 그는, 삶과 죽음이 늘 함께 공존함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계절이 돌고 돌 듯, 터져 나오는 생명이 있으면 사그라드는 생명도 있다. 그리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죽어간다.

그래서 '아름'이란, 둥글게 모든 것을 아우르는 듯한 이름이다. 그리고 태어난 것, 살아있는 것, 그리고 결국엔 소멸해 갈, 그 '아름답고 시린 모든 생명에 대한 감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는, 바로 이 순간에 대한.

 

. 이 소설은 송혜교와 강동원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배우 송혜교와 강동원이 17살에 아들을 낳은 부모 역할을 맡았다고. 책 속에서는 '조로증'에 걸린 아들, 아름의 시각이 주가 되었는데, 영화는 아무래도 부모들을 더 조명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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