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에세이] 잠깐 저기까지만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 마스다 미리 지음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 작가인 마스다 미리. 그녀는 평소 여행을 많이 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 '잠깐 저기까지만'에는 마스다 미리가 떠난 여러 여행들이 그녀 특유의 편안하고 꾸밈없는 필치로 담겨있다.
"어느새 여행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걸핏하면 여행을 갑니다. 혼자일 때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잠깐 저기까지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갑니다."
여행은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만 떠날 수 있다거나, 혹은 여행이란 거창한 계획으로 꽉꽉 짜여진 일정이어야만 한다던가.. 하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많은 이들에게 여행이 연례행사가 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런데 이 책 속에 담긴 여행은 조금 다르게 시작한다. 마치 책 제목처럼 잠깐 저기까지만 가볼까, 하는 마음인 것이다.
책 속에 담긴 그녀의 여행은 참으로 그녀의 글을 닮았다. 뻐기거나 으스대지 않는다. 나는 이런 곳도 대단한 곳도 가보고, 이런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고 자랑하고 보여주는 여행기는 아니다.
편안하게 시작된 여행은 일본인 작가가 사는 곳에서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장소도 있고, 지척의 도시일 때도, 다소 떨어진 지방일 때도 있고, 거기에서 이어져 외국의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다다르기도 한다.
여행의 동행도 엄마일 때도, 남자친구일 때도, 혼자일 때도, 마음 맞는 여러 명의 친구들과 함께일 때도 있다.
[책 안에는 그녀가 사용한 여행 경비가 1인 기준으로 낱낱이 밝혀져 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일 듯.]
책에서는 그녀가 묵었던 숙박지와 관광지,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서도 물론 쓰여있다. 하지만 그녀의 소소한 여행은 길에서 만난 것, 동행한 사람과의 교감, 자신의 생각, 시행착오 중에 만난 작은 즐거움과 아쉬움, 그러나 또 그대로 재미있었던 여행 이것저것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그녀의 담백한 수다가 재미있어 자연스레 그런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 찬 여행이기에, 그녀 자신이 여행을 계속 좋아하게 되고, 그만큼 또 훌쩍 떠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작은 기쁨들을 오롯이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서 남들 보기에 별 것 아닌 여행지도 그녀 나름의 즐거움을 꽉꽉 채워 넣는 것이다.
그래서 마스다 미리의 여행은 일상에서 가까이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가볍게 떠났다가도 다시금 되돌아와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가뿐한 여행이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나에게도 여행이 조금은 가깝게 다가온 기분이다.
[책]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 - 마스다 미리, 사랑을 속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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