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Sue, Mai & Sawa: Righting the Girl Ship)
/ 미노리카와 오사무 감독
/ 시바사키 코우(수짱), 마키 요코(마이짱), 테라지마 시노부(사와코상) 출연
/ 마스다 미리 만화 원작
줄거리, 내용
세 여자, 세 친구. 삼십 대의 그녀들이 있다!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그녀들이지만, 그녀들은 성격도, 삶의 모습도 참 다르다. 그리고 그렇게 다른 그녀들은, 또 각자 다른 삶을 선택해 나간다.
수짱 (시바사키 코우). 34세. 카페 직원.
마지막 연애가 벌써 5년 전. 이제 혼자서 늙어가야 할 노후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그녀가 일하는 카페의 매니저에게 호감이 생기지만, 연애에 도무지 소질이 없는 그녀는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지도 못하고 심심한 일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마이짱 (마키 요코). 34세. 회사 영업부 사원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다. 하지만 점점 직장 스트레스는 쌓여가고, 유부남 애인은 그녀를 더 외롭게만 만들 뿐이다. 모든 것이 다 지쳐 내던지고 싶은 순간, 그녀는 지금까지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하기로 한다.
사와코상 (테라지마 시노부). 39세. 웹디자이너.
벌써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 치매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산다. 독립도 하고 싶지만, 혼자서 치매 할머니를 돌봐야 할 어머니를 생각해 차마 그러지 못하고 있다. 우연히 만난 동창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며 결혼까지 진지하게 생각하던 순간, 뜻밖의 부탁을 듣게 된다.
◇◆◇
30대 중후반의 그녀들이다. 삶의 모습도, 외모도, 직업도, 연애의 모습도 참 많이 다르다. 그리고 여러모로 다른 그녀들인 만큼, 영화 속 주인공들은 30대 여자들이 할 법한 대표적 고민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제목인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처럼, 그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결혼, 그리고 결혼하지 않는 삶에 대한 고민이다.
그리고 각자 성향이 다른 만큼 그녀들의 선택 또한 전혀 다른 모습이다.
결국 자신과 동료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자를 동료쪽으로 살짝 밀어주는 수짱. 유부남과의 연애를 끝내고,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가정을 꾸리고 임신한 마이짱. 임신가능 진단서를 받아오란 남자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엄마, 할머니와의 삶을 이어가는 사와코상.
하지만 한 가지 사건이 끝났다고, 그리고 한 가지 결정을 끝났다고 해서 고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비록 해보지도 못하고 끝난 연애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걸어가는 수짱이 있다. 여전히 고민하고 불안하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걸어나갈 뿐이다.
안정적인 결혼을 선택해 임신을 한 마이짱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는 사라지고 이제 엄마로서의 가치만 남는 게 아닌가를 생각하면 허전함이 밀려온다.
변함없이 치매 할머니와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사와코상이 있다. 치매 할머니를 돌보는 것은 힘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할머니의 따스한 품을 느낀다.
결혼을 하는 삶을 택했어도, 하지 않는 삶을 택했어도,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녀들의 삶은 이어지고, 고민 또한 이어진다. 다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도 최대한 바른 선택들을 만들어 가기 위해, 내 앞에 놓인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않고 매일매일을 알차게.
◇◆◇
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마스다 미리는 여자들의 마음을 콕콕 집어내는 작가로, 그녀의 작품은 '여자 공감 만화'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순서 :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아무래도 싫은 사람 – 수짱의 연애)
마스다 미리의 책을 개인적으로도 좋아해서 여러 권 읽었고, 이 이야기의 토대가 되는 원작 만화도 읽었다. 그래서 솔직히 영화는 살짝 아쉬웠다. 특히 아쉬웠던 점은 바로 영화 속 주인공 '수짱'의 캐릭터였다.
책 속의 수짱은 참 담백하고 수수하다. 그녀는 많이 고민하고 또 생각하지만, 그래, 하고 자신이 생각한 것에 대해서는 의외로 담담한 태도를 보일 줄 아는 사람이랄까. 자기 연민에 빠져들거나 감정과잉이 되지 않아 좋았던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런 수짱이라는 캐릭터를 영화에서는 갑자기 삼각관계의 주인공으로 슬쩍 들이밀어 결혼을 앞둔 남자와 무작정 키스를 하게 만들고! 시작해보지도 못한 사랑을 아쉬워하는 정도가 아니라, 마치 사춘기 여고생마냥 눈물을 찔찔 짜게 만들었다.
그에 덩달아, 수짱이 좋아한 나카타 매니저(아라타)는 아주 우유부단하고 이 여자 저 여자 사이에서 간이나 보는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했다. '도대체 수짱은 왜 저런 남자를!' 하는 마음이 들게 말이다.
그리고 결국은 '수짱'이라는 매력적인 여자를 남성들의 시각 속에 가두어버린 한계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영화 내내 그녀는 '나카다가 호감을 느끼는 수짱'이었다가, 나중에는 '카페의 남자 후배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수짱'이 되었다. 그녀의 싱글라이프나 삶에 대한 태도, 인간적인 매력 등등이, 그녀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남자 후배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모습이랄까.
영화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 묻고 있지만, 결국은 '멋진 여자는 남자가 호감을 가질 만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30대의 나이를 살아본 여자 감독이었다면 결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며 찾아보니 역시나 남자 감독이다.
물론 영화 속 수짱은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뻤고, 나름대로 여리고 순수해 보이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역시나, 나는 책 속의 수짱이 더 좋다.
[책, 만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마스다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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