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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기억에 대한 신랄한 진실

스위벨 2014. 7. 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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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

: 기억에 대한 신랄한 진실과 물음



/ 줄리언 반스(Julian Barnes) 지음

 

 

    줄거리    

 

같은 고등학교에서 다니는 세 명의 친구들이 있다. 토니, 엘리스, 콜린. 그런 그들의 무리에, 전학생 한 명이 합류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에이드리언'이다. 


에이드리언은 보통의 또래 아이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총명함과 비범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학교의 교사들도 그를 아끼고, 함께 어울리는 세 명의 친구들에게도 그는 선망하는 존재로 자리잡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간 토니는 '베로니카'라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지만, 왠지 베로니카와 그녀의 가족들에게서 묘한 위화감과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고, 이런저런 이유가 합해져 결국 그녀와 헤어진다.


그러나 얼마 후, 토니는 친구 에이드리언으로부터 베로니카와 사귀게 되었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토니는 둘의 관계를 용인한다는 투의 편지를 보내지만, 그들의 우정은 깨어진 채로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그 얼마 후, 토니는 에이드리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로부터 4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 육십 대가 된 토니 앞으로 유언장 하나가 도착한다. 사망한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토니 앞으로 오백 파운드의 유산과 함께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품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도대체 베로니카의 어머니는 어떻게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을 왜 자신에게 남긴 것일까?

  

◇◆◇


  


이 책의 화자는 '토니'다. 독자는 토니의 시각을 거친 서술을 토대로, 책 속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의 토니는, 진지한 면도 있는 반면에 아직 어설픈 청춘의 면모를 함께 가지고 있는 평범한 학생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독자들은 화자로서의 그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화자의 시선이 투영된 진술을, 별다른 의심 없이 읽어나간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가서 가차없이 버림받는다. 이제껏 읽어왔던 모든 정보가 뒤집히며, 진실이 충격적인 얼굴을 내민다. 그 순간 전율이 일었다.


책은 한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불완전한지, 한 사람의 입장에서만 서술된 이야기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그 '사실'이 아닌 누군가의 '기억'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그들의 뇌리에 '사실'로 자리잡게 되는지 까지도.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노인이 된 토니는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된다. 무려 40년 동안, 자기 자신조차 기만 당했던, 자신이 품은 기억이 얼마나 곡해되어 있었고, 그러한 자신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얼마나 커다란 파국으로 치닫게 했는지를 깨닫는다.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미흡하고, 또 자기중심적인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매 순간을 자신의 시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포함시켜 읽어내고, 그것이 사실이라 머릿속에 저장할 수밖에 없다. 감정과 생각, 판단력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면서도, 그렇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그를 생각해 보면, 과연 각자의 시선으로 읽어낸 다분히 주관적인 순간들과 기억들 말고, 객관적인 사실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할 수나 있는 것인 것 하는 물음마저 든다.

 

책은 다 읽고 난 후에도 한동안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책이 주는 이러한 강렬함과 날카로운 충격이 실로 오랜만이라 참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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