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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꽃이 진다.

꽃이 피었다.내가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꽃들은 부지런했다. 그리고, 언제 겨울이었나 싶게, 추위를 까마득하게 만들며, 꽃들은 저마다 아우성치며 피어났다. 나뭇가지마다 하얀색 봄을, 분홍색 고운 봄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제 가지 크기만큼의, 제 나무 크기만큼의 봄을 짊어지고 있다. 꽃이 핀다. 그리고 꽃잎이 떨어진다. 나무 아래, 연못가에, 잔잔한 물 위에, 그리고 길가에. 아직 채 피어나지 않은 늦된 봉오리가 한창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떨어진 꽃잎은 바람에 날리고, 밟히고, 시들고… 그렇게 사라져간다. 꽃이 핀다. 그리고 꽃이 피어나는 곳에서는, 늘 꽃이 진다.

라일락이 건네는 보랏빛 봄 인사

[라일락] - 학명 : Syringa vulgaris - 다른 이름 : 양정향나무, 큰꽃정향나무, 마당 한 켠에 심어진 라일락 나무에서 꽃이 피어났다. 마당에 들어서면 꽃의 생김새보다는 향기가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은은하고 달큰한 보랏빛 내음. 봄이 찾아왔음을 느끼게 하는 건 여러 가지지만, 나의 경우에 본격적인 봄을 느끼게 되는 건, 향기로운 내음이 시작될 즈음이다. 우리 집 마당 한 켠에 심어진 라일락 나무 한 그루. 봄이면 개나리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경쟁하듯 피어난다. 봄을 제외한 3계절 동안 나는 거의 이 아이의 존재를 잊고 사는데, 그래도 라일락은 매년 봄이면 찾아와 어김없이 황홀한 인사를 건네준다. 은은한 보라색 꽃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도 예쁘지만, 내가 라일락을 가장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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