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서] 해시의 신루
/윤이수 지음
조선 세종 시대, 집현전 신루.
세자 '향'과 미래를 예언하는 여인 '해루'의
사랑 이야기
소설 ‘해시의 신루’는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큰 사랑을 받은 ‘윤이수’ 작가의 작품이다. ‘해시의 신루’ 또한 네이버 웹소설에 먼저 연재되었던 작품인데, ‘구르미 그린 달빛’의 조회수를 경신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고.
[소설 '해시의 신루' 표지]
해시의 신루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아들이자 훗날 ‘문종’이 되는 세자 ‘이향’과 미래를 보는 여인 ‘해루’가 펼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역사 속에서 세종대왕의 맏아들인 세자 ‘향’에 관련하여 특이한 기록이 있다. 바로 그의 비빈들과 관련된 기록이다. 세자 향의 첫 번째 세자빈은 자질 부족으로 퇴출되었고, 두 번째 세자빈은 동성애가 발각되어 궁에서 쫓겨났다. 그 후 후궁이던 권씨가 세자빈이 되었다.
소설 ‘해시의 신루’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보태 탄생했다. 세자 향의 세자빈 간택을 둘러싸고 옛 고려의 복수를 하려는 비밀 조직과, 이를 막고자 하는 세자와 그의 연인 해루가 겪는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
전작도 그랬지만, 소설 ‘해시의 신루’ 또한 무엇보다 작가의 두드러진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요즘 독자들이 역사 로맨스 소설에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를 잘 활용하는 느낌.
또한 소설 ‘해시의 신루’를 읽으며 작가의 전작 ‘구르미 그린 달빛’과 참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조선시대, 세자, 부모 잃은 역적의 딸, 남장여자, 왕가를 위협하는 비밀조직, 여주인공을 돕는 권세있는 조력자… 또한 이런 설정뿐 아니라 인물의 캐릭터도 닮았다.
[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 표지]
이야기는 분명 다른데, 구르미 그린 달빛과 ‘해시의 신루’ 속에서는 이처럼 비슷한 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단점도 있겠으나, ‘해시의 신루’에서는 장점으로 잘 활용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소재들이 다시 한번 새로운 이야기 속에 녹아 든 만큼, 어느 정도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고도 하겠다.
소설 ‘해시의 신루’의 분량은 무려 5권이다. 긴 이야기지만, 한 권을 읽기 시작하면 무리 없이 다음 권, 다음 권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지치지 않게 사건이 하나하나 배분되어 있고, 그 사건이 해결되는 사이사이에 두 남녀 주인공은 조금의 부족함과 아쉬움없이 사랑을 꽁냥거린다.
또한 ‘해시의 신루’는 조선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터라, 우리가 역사 속에서 익히 들어오던 인물들의 이름이 아주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으니, 실제 역사와 비교해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다.
특히 소설에서는 이름을 알려주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베일을 벗으며 제대로 된 이름을 알려주는 인물들이 있는데, 이들은 그야말로 역사 속에서 걸출한 이름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때마다 혼자 ‘에엑?’ 하면서, 아주 뜻밖의 즐거움을 느꼈다.
소설 해시의 신루, 재미있게 읽었다. 그야말로 술술 읽힌다. 물론 마구 손발이 오글거리고, 끄악!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소설의 장르가 역사 로맨스 아니던가. 이 또한 한 가지 재미.
해시의 신루, 더하기.
(해시의 신루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소설 ‘해시의 신루’의 주인공으로 삼은 세자 ‘이향’은 훗날 조선의 5대 왕인 ‘문종’이 되는 인물이며, 여주인공 ‘해루’는 ‘현덕왕후’가 된다.
소설 ‘해시의 신루’ 마지막 부분에서는 해루가 첫째 딸을 낳은 뒤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한다. 그리고 앞날을 보는 능력을 가진 해루는 이와 관련해 무언가 불길한 미래를 본 듯이, 아이를 위해 준비할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며 결말을 맺는다.
이처럼 소설 속에서는 그 뒤의 이야기는 그려지지 않고 있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해시의 신루’ 그 이후 이야기를 알 수 있다.
우선 현덕왕후는 아들을 낳고 3일 만에 24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그후 문종은 왕위에 오른 지 2년 4개월만에 39세의 나이로 병사하였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11살의 어린 세자, 현덕왕후가 낳은 아들이 왕위를 이어 ‘단종’이 된다.
단종은 11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으나 할머니 소현왕후, 어머니 현덕왕후까지 모두 사망하여 의지할 곳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의 자리를 빼앗기게 되었고, 그 후 유배지에서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그래서 조선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운명을 맞은 왕이라고 일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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