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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천공의 벌 - 원자력 발전에 대한 따끔한 경고! (히가시노 게이고)

스위벨 2017. 1. 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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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리소설] 천공의 벌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전국민을 인질로 한 테러!

범인의 목표는 원자력 발전소!

 

 

■ 소설 천공의 벌 줄거리, 내용 ■

 

일본 자위대에 납품하기로 되어 있는 최신 전투 헬리콥터 '빅B'. 회사는 완성을 축하하며 개발에 참여한 직원들의 가족까지 초대해 시험비행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런데 시험비행 당일 아침, 헬기는 무선 조종을 통해 누군가에 의해 피랍된다.

 

자신을 '천공의 벌'이라 밝힌 범인은 납치한 헬기 '빅B'를 원자력 발전소 중 하나인 '신양'의 상공으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원자로 바로 위 800미터 상공에 헬기를 멈추어 놓고, 범인은 정부에 메시지를 보낸다.

 

"신양을 제외한 일본 전역의 원전을 즉각 멈추어라. 그렇지 않으면 헬기를 원전에 추락시키겠다. 헬기 안에는 폭발물도 다량 실려 있다. 시한은 헬기의 연료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연료가 모두 소진되면 헬기는 자동으로 원전에 떨어진다."


연료 소진 시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8시간. 하지만 정부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가운데, 원전 지역의 주민들은 동요하며 피난을 떠난다. 한편 경찰들은 특별히 단서가 없는 와중에도 남은 시간 동안 범인의 윤곽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그러던 중,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원전 위에 떠 있는 '빅B'안에 한 연구원의 초등학생 아들이 홀로 타고 있다는 것! 시험비행을 보러 온 연구원의 아들이 장난삼아 몰래 헬리콥터 안에 들어갔을 때, 범인이 납치를 진행한 것이다. 범인조차 모르고 있던 이러한 사실과 함께, 사건은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


"원자로는 다양한 얼굴을 지녔다. 인류에게 미소를 보내는가 하면 송곳니를 드러낼 수도 있다. 미소만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침묵하는 군중이 원자로를 잊도록 해서는 안 된다. 항상 의식하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도록 하라. 어린 아이는 쏘이고 나서야 벌의 무서움을 안다." (소설 '천공의 벌' 中)


소설 천공의 벌은 초대형 전투 헬리콥터 납치 사건이 벌어진 단 10시간 정도의 이야기를 700 페이지가 넘는 꽤 많은 분량 속에 담아내고 있다. 헬기 납치 사건은 '원자력 발전소' 문제와 맞물리며 일본 전역을 공포에 몰아 넣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출간되었지만, 소설 '천공의 벌'이 일본에서 처음 발표된 것은 1995년이라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에 일본에서 출간된 것. 그러던 것이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다시금 소설 내용이 회자되었고, 일본에서는 다시금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천공의 벌'도 만들어졌다.

 

소설 천공의 벌을 읽으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회를 바라보는 탐구적 시선과 그가 가진 문제의식에 새삼 감탄했다. 천공의 벌은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16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다. 하지만 마치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후에 그 모든 과정을 알고 쓴 것처럼, 소설은 생생하며 그 시각은 날카롭고도 정확하다.

 

 

소설 '천공의 벌'을 읽어나가기 시작한 초반부터 '작가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구나.'하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든다. 마치 소설을 쓰기위해 원전을 소재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원전에 대한 이야기를 널리 하고 싶어 소설이라는 형태를 이용한 듯한 느낌이랄까.


소설 '천공의 벌' 속에서는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지만, 그 필요성 또한 인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원전의 가동 방식과 그에 따른 안정성과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다룬다. 그래서 소설 '천공의 벌'에서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군 또한 다양하다. 원전을 직접 운영하는 사람들, 원전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반대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 원전이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 원전에 대해 방관하는 대다수의 사람들.

 

      

 

소설 '천공의 벌'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마지막 대목이었다. (소설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 되었을 때, 범인의 생각이 흘러나오는 대목이었다. 범인이 계획한 테러가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차라리 지금 한 번 벌에 쏘이는 것이 나았다고 생각하고, 후회하게 될 날이 분명 올 것이다.'

 

피해가 적도록 자신이 설계한, 비교적 안전한 원전 사고를 작게 한 번 경험하고 난 후에, 사람들이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로 삼고 대비책을 공고히 하는 것이 나았을 거란 이야기다. 마치 어린아이가 벌에 한 번 쏘이고 나면 벌에 대한 무서움을 알고 조심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비록 소설 속 이야기였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다. 너무도 혹독하고 커다란 댓가를 치르고.

 

 

천공의 벌은 '소설' 그 자체로만 놓고 보자면, 아쉽기도 하다. 물론 20년 전의 작품이란 것을 감안하고 읽어야 겠지만, 그래도 그동안 보여주었던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강렬한 흡인력이 유독 느껴지지 않았던 소설이다. 내가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이렇게 찬찬히, 며칠의 시일을 두고 여유 있게 읽어나간 것도 참 드문 일이다 싶었다.


소설 '천공의 벌' 속에서는 원자력 발전의 다양한 형태나 기술과 운영 방식 등, 원전의 여러 가지 면을 아주 의욕적으로 설명한다. 그 중에는 굳이 소설 전개에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자세한 부분도 있었고, 그로 인해 소설이 더디 나아간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원전에 대한 여러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두루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 전개는 느리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소설 '천공의 벌'이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고 정확하다. 그 필요성도, 위험성도 모두 가진 양면을 이해하고, 우리 모두가 원자력 발전에 대해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커다란 사건이 발생한 지금, 소설은 더욱 더 진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천공의 벌이 주는 따끔한 경고, 우리 또한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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