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음의 방정식 - 어느 한쪽은 ‘위증’을 하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

스위벨 2016. 5. 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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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서] 음의 방정식


/ 미야베 미유키 지음


 

교사와 학생,

어느 한쪽은 '위증'을 하고 있다!

 

 

    음의 방정식 줄거리, 내용    

  

도쿄의 사립중학교에서 재난 훈련의 일환으로 벌어진 교내 캠프 도중에 사건이 일어난다. 1박 2일 캠프를 지도하던 '히노 다케시'라는 담임선생님이 그 반의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이 문제였다.


캠프 날 밤, 선생님은 자신의 반 남학생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재난이 발생해 최소한 누구 하나는 희생되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가정하고, 너희들 중 죽어야 할 한 명을 진지하게 결정해라.' 그러자 그 과정에서 희생자로 지목된 한 명은 심한 충격을 받고, 캠프 도중 부모님께 연락해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후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의 강력한 항의가 이어지고, 학교에서는 최대한 빨리 사건을 매듭짓고 싶어 하지만 쉽지 않다. 왜냐하면 양쪽의 입장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캠프에 참석한 7명 남학생 모두의 진술이 일치하는 상황에서, 선생님만은 그런 일이 결코 없었다며 부인한다.

급기야 히노 선생님은 끝내 자신의 결백을 밝히겠다며 변호사를 고용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한 피해 학생의 부모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립탐정을 고용한다.


음의 방정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선생과 학생,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 이끄는 쪽과 따르는 쪽,

억압하는 쪽과 억압받는 쪽의 조합부터 잘못되었고,

그러니 어떤 숫자를 넣어도 마이너스 답만 나온다.

– 음의방정식 본문


◇◆◇

 

소설 '음의 방정식'은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소설이다. 청소년 등장인물이 유독 많은 작가 미야베 미유키 답게, 이번 소설의 배경은 학교, 그리고 사건에 말린 당사자는 학생과 선생님이다.

학생과 선생님이 서로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선생님 측의 변호사 후지노 료코와, 피해자 측의 사립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조사를 해 나가며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소설은 아주 얇은 분량이다. 한 시간에서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읽을만한 두께다. 우리나라에서 굳이 한 권의 단행본으로 펴낸 것은 그저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에 기댄 것이라고 생각될 만큼, 소설은 단편이나 중편 정도의 짧은 길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소설은 비교적 간단한 구성을 지니고 있고, 굳이 영역을 넓게 엮지 않고 한정된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사건은 끝맺음 된다. 그래서 소설을 읽어본 독자들의 반응은, 조금 '싱겁다' 쪽이 우세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음의 방정식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고, 참 읽고 싶어했고, 읽고 나서도 흐뭇했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 소설의 팬인 나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한 권의 소설'에서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바로 '등장인물'에 있다. 변호사 후지노 료코, 그리고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팬이라면 분명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후지노 료코는 소설 '솔로몬의 위증'에 등장했던 주인공중 한 명으로, 똑똑한 모범생이자 모의법정에서는 검사 역할을 맡았던 학생이었다. 그 여중생 후지노 료코가 약 20년 후 변호사가 되어 이 책에 등장한다.

그리고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는, 일명 '행복한 탐정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소설 '누군가', '이름없는 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에서 탐정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가 이 책에서는 피해 학생 부모의 의뢰를 받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그래서 나에겐 이 책이 단지 스토리만으로 읽어지는 소설이 아니라, 꽤나 좋아했던 책 속의 등장인물을 다시 재회할 수 있는 반가운 기회였다.


소설 솔로몬의 위증에서 참으로 영민했던 중학생 소녀 후지노 료코는 이번 소설 '음의 방정식'에서는 어른이 되어 똑똑한 변호사로 활동한다. 그에 더해 '솔로몬의 위증'에서 모의법정의 '변호사'로 등장했던 소년과는 무려 부부가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에서 삶의 위기를 맞았던 스기무라 사부로. 그는 결국 부인과는 이혼한 후 사보 편집자에서 완전한 사립탐정으로 변모하여 소설 '음의 방정식'에서 활약한다. 소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이후'에 그가 겪었던 일들과 상황들이 언뜻언뜻 이 소설 안에서 비추어 진다.


 

나는 이 두 인물의 후일담 하나하나가 소설 속에서 서술되는 것이 '음의 방정식'에 등장하는 사건과 스토리 이상으로 더 재미있었다. 좋아했던 소설의 인물을 다시 만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기뻐서, 소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애초부터 잃어버린 셈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보고 싶던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의 반가운, 그리고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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