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추리소설]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
(Et Stille umærkeligt drab : en Nina Borg roman.)
/ 레네 코베르뵐, 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 줄거리, 내용
집시 혼혈이라는 자신의 출생을 숨기고 헝가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샨도르. 중요한 시험을 앞둔 그를 고향에 사는 남동생이 갑자기 찾아온다.
그리고 동생이 떠난 직후, 샨도르는 헝가리 정보국에 체포된다. 동생이 와서 자신의 컴퓨터로 찾아본 불법 웹사이트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 일로 샨도르는 집시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결국 대학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그 후 샨도르는 고향 집에 갔다가, 동생이 위험한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 덴마크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생에게서 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가 날아든다. 샨도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동생을 찾으러 덴마크로 오게 된다.
한편, 덴마크에서 적십자 간호사로 일하는 니나 보르. 그녀는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자꾸만 위험한 일에 휘말리며 남편, 딸과 갈등을 빚고 있다. 때문에 니나 보르는 남편이 출장 가 있는 동안에는 위험한 일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러나 동료 의사의 간곡한 요청을 외면할 수가 없어, 그녀는 집시 불법이민자들이 생활하는 한 정비소를 찾아간다. 그곳의 아이들이 원인 모를 괴질로 아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비소에 다녀온 후, 니나 보르도 똑같은 증상을 보이며 쓰러지는데…….
◇◆◇
소설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는 간호사 '니나 보르'가 주인공인 소설, 일명 '니나 보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는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이다.) 니나 보르 시리즈는 적십자 간호사이자 한 가정의 어머니이며 아내인 여자를 주인공을 내세운 스릴러이자 추리소설인 만큼,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그 색이 다르다.
1편인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에서 아이를 등장시키며 니나 보르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재를 사용했다면, 이번 책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에서는 그와 더불어 더 스케일이 커졌다. 심각한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위험 물질'이 등장하며,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런 중에 주인공 니나 보르도 아픈 집시 아이들을 도우러 갔다가 위험 물질에 의해 심각한 신체적 피해를 받게 된다. 그리고 항상 위험한 상황에 빠져들고 마는 '니나 보르'로 인해, 니나 보르의 딸까지 무자비한 사건에 휘말린다.
그런데, 책의 중반까지 읽으면서는 '지친다'는 기분이 들었다. 모든 증상이 뻔히 책 서두에서 발견한 '위험 물질'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란 걸 모두 알고 있는데, 괜히 주변을 빙빙 돌며, 정작 핵심이 되는 것을 꺼내지 않는 게 너무 빤히 눈에 보인다고나 할까.
독자들에게 은근히 힌트를 주며 점점 사건을 확장해가는 방식을 의도한 것 같지만, 초반에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놓은 사실들이 무색하게, 일부러 상황을 지연시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도대체 언제 할건데!'하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와 더불어, 이번 책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에서 주인공 '니나 보르'는 참 많이도 답답하다. 만약 우리나라 TV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더라면, 바로 '발암'이니 '민폐'니 하는 수식어가 당장에 따라붙었을 것이다. 1편에서도 물론 속이 뻥 뚫리는 캐릭터는 아니었으나, 이번 채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에서는 한 간호사나 아줌마가 쉽사리 해결할 수 없는 그 사건의 심각성 때문인지, 주인공이 정말정말 답답이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책을 전부 읽고 나니, 역시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다. 작가는 1편에서도 그랬다시피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를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하면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퍼져 있는 편견과 그로 인한 잔인성을 짚어낸다.
극심한 편견과 사회적 차별 때문에 집시 혼혈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법대생, 출생이 드러나자 배울 기회조차 빼앗겨버린 현실, 가족을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위험물질을 판매하러 나선 가난한 집시 청년, 이슬람 테러 세력에 대한 반감과 그들의 폭력에 대한 우려, 하지만 그에 맞서 이슬람권 사람들을 모두 테러 세력으로 규정하는 또 다른 폭력, 그리고 그 속에서 휩쓸리고 희생되는 사람들… 소설은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 처해진 우리 이웃의 면면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소설을 모두 읽고 나면,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라는 책의 제목이 중의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과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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