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릴러] 블러드 온 스노우
(Blood on Snow)
/ 요 네스뵈 지음
블러드 온 스노우 줄거리, 내용
1975년의 노르웨이 오슬로에 사는 올라브 요한센은 철저히 고독하게, 혼자서 살아간다. 그의 직업은 킬러다.
어느 날, 올라브 요한센의 보스는 그에게 또 한 사람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그 사람은 다름아닌 보스의 아내다.
올라브는 보스의 집 건너편 건물에 방을 얻고, 보스의 아내 '코리나'를 살펴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올라브는 곧 코리나에게 묘한 감정과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시간을 들여 코리나를 지켜보던 올라브 요한센은, 매일 코리나를 찾아와 괴롭히는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올라브는 그 남자 때문에 불륜을 오해하게 된 보스가 살인을 청부했다고 판단하고, 코리나 대신 그 남자를 죽인다. 하지만 올라브 요한센이 죽인 자의 정체는, 바로 보스의 외아들이었다.
보스의 외아들을 죽이게 된 올라브는 코리나를 데리고 도망친다. 하지만 보스를 피해 언제까지고 숨어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그는 보스의 적이자 또 다른 조직의 보스를 찾아가 거래를 제안한다.
[블러드 온 스노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대니얼 에스피노사 감독 영화화!]
◇◆◇
소설 '블러드 온 스노우'는 추리소설 '해리 홀레 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가 '요 네스뵈'의 소설이다. 작가는 그 동안 해리 홀레 시리즈를 통해 사건이 중심이 되는 남성적인 선 굵은 느낌의 스릴러를 보여 왔던 터라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당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책은 '요 네스뵈'의 작품이라는 걸 미리 알지 못하고 봤더라면, 전혀 그와 매치하지 못할 정도로 이전 작들과는 색깔이 전혀 다르다.
(작가도 처음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려던 소설이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소설 속에서, 소설가로 등장하는 인물이 쓴 '소설'이 '블러드 온 스노우'인 것으로 하여, 이 책의 작가를 그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발표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블러드 온 스노우'의 사건 구조 자체는 단순하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그 동안 작가 요 네스뵈가 보여준, '벽돌책'이라 불리는 두꺼운 분량의 기존 소설들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분량부터 가뿐하기 때문에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지 않고, 등장인물도 단순하다. 또한 '킬러가 자신의 표적을 사랑하게 된다'는 소재도 여러 차례 소비되어 왔다. 그래서 책 표지에 적힌 짧은 문구를 보고 그런 흔한 소설이려나 생각했는데, 소설은 전혀 뜻밖의 전개를 보였다.
소설은 사건 그 자체보다 '킬러'라는 인물을 더 상세히 들여다 보려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화자는 '킬러' 자신이고,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내가 그 동안 읽은 요 네스뵈의 소설 중, 1인칭 화자는 '블러드 온 스노우'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자연히 그의 마음을 상세하게 드러내고, 그의 내면 의식을 들여다 보게 된다.
그런데 올라브라는 킬러 캐릭터는 참 특이하다. 자신이 다른데 별 쓸모가 없기 때문에 킬러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죽인 이의 남은 가족에게 몰래 돈을 전하기도 하고, 착취당하고 있는 여자를 남몰래 구해내 뒤에서 지켜봐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을 죽인다. 더군다나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데는 가차없다.
"어쨌든,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란 인간은 천천히 운전하는 데 서툴고, 버터처럼 물러터진 데다 금방 사랑에 빠지며, 화나면 이성을 잃고 셈에 약하다. 책을 좀 읽기는 했지만 아는 게 별로 없고 쓸 만한 지식이라곤 더더욱 없다. 내가 글을 쓰는 속도보다 종유석이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다."
"내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죽인 것은 아니다. 그가 벽에 핏자국을 남기며 주저앉기도 전에 난 그 말부터 했다. 그 말을 듣는다고 해서 그가 자신의 죽음을 더 쉽게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만약 내가 누군가의 총에 맞는다면 차라리 개인적 원한에 의한 것이기를 바랄 테니까." ( - 책, 블러드 온 스노우 中)
그런 이중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인 '킬러'의 입을 통해 독자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인물의 내면을 읽어간다.
책 속에서 '반전'이라 불리는 누군가의 '배신'의 상황은 어쩌면 많은 독자들이 예측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더 큰 반전은 바로 그 후에 있다.
킬러의 서술을 읽어가며, 서서히 이상한 의심이 살짝 떠오르게 되는 점들이 있었다. 이 화자는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일관적이지 않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준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펼쳐지는 상황과 그의 말은 어딘지 콕 찝어 말할기엔 힘들지만, 살짝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은 예감하고 있었음에도 결말의 상황은 강렬했다.
작가 '요 네스뵈'는 이 소설 '블러드 온 스노우'를 비행기 안에서 12시간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보니, 그런 집필 방법과 딱 어울리는 소설이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인물의 의식이 다다닥 내달려가고, 그에 따라 사건도 함께 내달리는 듯한 기분이다.
그리고 이제껏 내가 읽어온 '요 네스뵈'가 아닌, 다른 얼굴의 '요 네스뵈'를 만난 것만 같아 기쁘다. 더군다나 이번의 얼굴도,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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