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스릴러 소설] 죄의 메아리
/ 샤를로테 링크 지음
죄의 메아리 줄거리, 내용
버지니아 쿠엔틴은 스카이 섬의 별장에서 남편 프레데릭, 딸 킴과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문제없이 평온한 가정이지만, 버지니아에게는 무언지 모를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별장 일을 며칠 돌보아준 부인이 선박 충돌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독일인 부부인 리비아와 나탄은 요트를 타고 세계일주 중이었는데, 중간에 필요한 경비를 보충하기 위해 버지니아의 별장에서 며칠 일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트를 타고 다시 떠나던 중, 바다에서 대형 선박과 부딪혀 요트는 산산조각 나고 목숨만 겨우 구했다.
버지니아는 빈털터리가 된 그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자신의 별장에서 당분간 묵을 수 있도록 해주고, 버지니아와 가족은 노퍽 킹스린에 있는 자신들의 저택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얼마 후, 리비아의 남편 나탄이 홀로 버지니아의 집으로 찾아온다. 주소를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집까지 들이닥친 나탄에 버지니아는 당황한다. 하지만 그의 부인 리비아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나탄의 말을 듣고, 이내 이런저런 도움을 주기 시작하며 둘은 점점 친밀해진다.
한편, 그즈음 버지니아가 사는 킹스린 인근에서는 여자 아이가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엄마와 해변을 찾았던 아이가 실종된 뒤 살해된 채 발견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된다. 그리고 범인은 또다시 다른 아이에게 접근하려 한다.
◇◆◇
소설 '죄의 메아리'는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완벽한 외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버지니아'와 그녀 앞에 갑자기 나타나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나탄'의 이야기. 그리고 그 즈음 버지니아의 집이 있는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동 연쇄 납치 살해사건.
따라서 소설 속에서 독자가 궁금해할, 그리고 결국 소설이 풀어야 할 미스터리는 다음의 두 가지로 압축된다. .
버지니아는 과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렇게 위축되어 사는 것일까?
아동 연쇄 납치 살해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나탄의 등장과 범죄 발생 시기가 맞아 떨어지는 것은 단지 우연일까?
'죄의 메아리'는 이전에 리뷰를 썼던 소설 '폭스 밸리'와 동일 작가의 작품이다. 바로 작가 '샤를로테 링크'. 그런데 앞선 소설 '폭스밸리'에서 느꼈던,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작가의 경향이 이 책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책에서 내놓는 단서나 진술들은 모두 어떤 사건과 인물이 관련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놓고는, 끝에 가서는 '그건 모두 우연이었어, 아주 공교롭게 맞아 떨어진 것뿐이지' 하고 빈손을 내보이는 것. 그 속에서 독자들에게 객관적 정보는 하나도 제공하지 않아놓고, 소설 속에서 얼마 다룬 바 없던 인물을 마지막에 가서야 범인으로 들이민다.
물론 책 죄의 메아리에서 주요하게 여기는 것은 범인 찾기보다는 주인공 '버지니아'의 내면이다. 그녀가 가진 죄의식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것이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녀가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짐을 지워주었는지, 그것을 탐구하는 것이 더 크다. 책은 버지니아의 감정과 그녀의 혼란과 갈등, 그리고 지울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죄책감을 묘사하는데 참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렇다면, 세밀하게 내면을 들여다 보아야 하는 주인공 버지니아에게 최소한의 연민이나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버지니아에게 그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호감은커녕 오히려 과거와 같은 실수를 또 하는 그 어리석음에 답답함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나탄 또한 결코 호감형 캐릭터는 아니었던 터라, 더 피로했다.
하지만 이와 맞물리는, 소설 '죄의 메아리'를 이끄는 또 하나의 축, 여아 납치 살해 사건에 대한 긴장감은 꽤 팽팽했다. 그리고 아이의 시점에서 그가 선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과정을 그려낸 부분들은 마구 조바심이 날 정도로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책 죄의 메아리 속에서는 버지니아 부부, 나탄 부부, 그리고 또 한 부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가장 친밀해야 할 관계임에도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책은 이런 부부의 모습을 통해 한 인간의 모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과연 한 사람이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누군가의 속내를 알고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걸까? 버지니아의 죄의식을 알지 못한 남편, 나탄의 비겁한 진짜 얼굴을 몰랐던 아내, 섬뜩한 범죄자의 행동을 몰랐던 아내, 그리고 무서운 살인자인 줄 모르고 선하게 다가오는 얼굴만 믿었던 죄 없는 아이들.
그리고 또한 누구든 자신의 과거의 죄책감을 묻어둔 채로는 현재를 제대로 살 수 없다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저지른 죄는 남아서 결국 짙은 자국을 남긴다.
책은 누군가, 한 인간을 온전히 알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알 수 없을지라도, 숨겨둔 진짜 얼굴과 숨겨둔 과거의 죄는,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그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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