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추리소설] 솔로몬의 위증 - 미야베 미유키

스위벨 2013. 12. 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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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솔로몬의 위증 – 미야베 미유키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책이 3권. 작가가 한 일간지에 무려 9년이나 연재했다는 만큼, 그 분량부터가 꽤나 무겁게 다가오는 책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이렇게 길게 펼쳐지는 추리소설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기존 책, <모방범>에서 잘 드러난 구성을 이 책에서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작가는 그 언저리의 사람들 하나하나를 천천히 관찰해 나가면서, 점점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만든다.

 

 

◆◈◆

 

 

중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소년 '다쿠야'. 그 사인은 자살로 마감되지만, 얼마 되지 않아 학교에는 소문이 돌게 된다. 그 학생의 자살 원인이 학교폭력에 의한 것이었다는. 그리고 그 후, 투서가 도착한다. 그건, 학교의 불량학생이 그를 옥상에서 떨어트려 죽게 한 살인 사건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불량학생은, 죽은 학생을 괴롭혔다는 소문이 돈, 바로 그 아이다. 그의 이름은 '슌지'

 

 

투서의 도착과 함께 학교는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언론은 마구 달려들어 학교 측을 물어 뜯기 바쁘다. 이제껏 그랬듯, 학교에 의해 진실이 은폐된, 집단 괴롭힘 사건, 이라는 것이다. 그 속에서 사건 초기 자살이라 인정했던 유가족조차도, 도무지 진상을 알 수가 없다.

그 사건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유가족과 학교의 학생들이다. 그러나 경찰도, 학교도, 언론도, 그들을 이용만 할 뿐, 그들에게 정확히 무언가를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결국 어른들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던 학교의 학생들은 '료코'라는 소녀를 중심으로 자신들이 직접, 진실을 알아보겠다고 모인다.

 

그들이 취한 방식은 '모의 재판'이다. 자신들이 검사, 판사, 변호사가 되어 법정을 꾸리는 것이다.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해서, 피의자는, 투서 속에서 살인자로 지목된 그 불량학생 '슌지'이다. 학생들은 피의자, 증인, 유가족 등을 만나고, 설득하고, 법정으로 이끌어 낸다. 그리고 서서히, 그 속에 감추어진 진실이 조금씩 얼굴을 내민다.

<솔로몬의 위증>이라는 제목답게, 소설의 전말이 펼쳐지는 건, 학생들의 법정 안에서다. 그 안에서는 누군가 위증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증이 드러날 때, 사건의 진실도 밝혀진다.

 

 

 그날 밤 얼어붙은 학교 옥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법정에서, 한 명은 위증을 하고 있다!

 

 

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1권씩 3일 만에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지적했듯이, 중간중간, 너무 늘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조금 더 속도를 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부분도 상당 부분 있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건, 미야베 미유키의 방식, 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긴 고개를 돌고 돌아, 사람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직접 만나고 나서야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이 바로 미미여사의 방식이라고. 작가의 이전 작품, <모방범>에서도, <낙원>에서도, <화차>에서도, 그녀는 그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녀가 쓰는 추리소설에서는 '사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사건이 일어난 '이유'와 '사람'과 그 '방식'에 주목한다. '왜 그런 사건이 일어났지?',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지?', '그를 둘러싼 상황은 어땠지?' 하는 질문 끝에야,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녀의 소설은 대부분 조금, 길다.

 

 

그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을 꼽으라면 '지나치게 영민한 학생'을 들 수 있다. <모방범>의 고등학생도, <고구레 사진관>의 주인공도, <마술은 속삭인다>와 바로 이 <솔로몬의 위증>까지. 주요 주인공 중에는 꼭 학생이 들어있다. 그들은 지나치게 영민해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줄 아는 머리를 지녔고, 그 나이답지 않게 올곧고 신념적이어서, '진실'을 향한 갈망을 하고, 외부의 바람에도 잘 꺾이지 않는다.

 

특히 이 <솔로몬의 위증>이 그 정점이 아닐까 싶다. 소설에서 보여지는 학생들의 모습은 도저히 '중학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어른이라고 해도 그렇게 못할 것 같은 일들을, 그들은 척척 해낸다. 아무리 학교에서 손꼽히는 수재와 모범생 집단이라 하더라도, 놀랍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들지만, 그건 미야베 미유키 작품이 가진 하나의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올곧은 학생, 고민하는 학생, 그리하여 진실을 찾을 수 있는 학생들. 현실에도 그런 학생들이 있길 바라고, 그런 아이들이 자라 바른 어른이 되어주길 바라는 일종의 판타지. 그리하여,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길 꿈꾸는 바람. 가끔 악인들이 무서운 사건을 일으킨다 해도, 그런 사람들이 모인 사회는 튼튼하게 그 사건을 이겨내고, 정의로운 모습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희망.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반전이 있긴 하지만, 그 반전도 아마 많은 독자들이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책의 가치는 그 '속임수'가 아니라 '과정 탐구'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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