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 악은 과연 전염되는가? / 미야베 미유키

스위벨 2015. 8. 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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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 인간의 '악'은 타인에게 전염되는가?

 


/ 미야베 미유키 지음

 

 

    줄거리, 내용    

 

재벌가의 딸과 결혼한 스기무라 사부로. 장인의 요청에 따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장인이 회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사보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착한 부인과 귀여운 딸을 둔, 행복한 가장이다.


어느 날, 사보에 실을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편집장과 함께 버스에 오른 스기무라 사부로. 그런데 그 버스가 권총을 든 노인에 의해 통째로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노인은 경찰에게 '자신이 지목한 세 사람을 데려오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납치된 버스 승객들에게는, 자신의 일이 끝나고 나면 사과의 의미로 위자료를 보내주겠다는, 믿을 수 없는 약속을 한다. 


하지만 곧 경찰 특공대가 들이닥치고, 노인은 미리 계획하고 있던 것처럼 스스로 총을 쏘아 자살을 한다, 인질들은 모두 무사히 구출되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하지만 그 후, 버스 인질로 잡혀있던 사람들에게 모두 거액의 돈이 도착한다. 노인이 약속한 그 방식대로. 사람들은 그 돈을 비밀리에 받아야 하는지 경찰에 알려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며 첨예하게 대립한다. 결국 그들은 결론을 내기 위해 그 돈의 출처와 죽은 노인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다.

 

 

◇◆◇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모방범], [솔로몬의 위증], [화차] 등의 소설로 유명한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스기무라 사부로'.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표현대로라면 그는 '행복한 탐정'이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남자이지만, 재벌가의 딸과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리고 장인의 회사이기는 하지만 경영이나 사내 권력이나 경쟁, 암투와는 상관 없이,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편집 일을 하며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욕심 없이 남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랄까.

  

 

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은 '스기무라 사부로'가 주인공인 '행복한 탐정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주인공은 전문적인 탐정이 아닌 탓에, 그가 말려드는 사건이란 시민들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생활과 밀접한 일들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이었던 <누군가>에서 그는 뺑소니 교통사고의 진실을 찾았고, 그 다음 책인 <이름 없는 독>에서는 환경오염과 함께 인간의 무차별적인 악의에 대해 다루었다. 그리고 이번 소설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에서는 '다단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악은 과연 전염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단계에 빠진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에는 자신도 '피해자'로 시작되었다가 어느새 '가해자'로 변하고 만다는 데 있다. 평범했던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그 고통과 피해를 타인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악은 타인에게 번져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인간이 그렇게 나약하고 무책임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악'의 전염에 대해 그리면서도, 동시에 인간성에 대한 긍정을 버리지 않고 책 속에 담아내고 있다. 책 속에는 자신의 아픔을 타인의 고통으로 전가해버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돌고 돌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속죄를 시도한 사람들이 있고, 결국 그러한 과정을 통해 범죄자들은 단죄를 받게 된다.

 

그리고 악이 전염된다면, 그에 못지 않게 사람의 작은 선의 또한 여기에서 저기로 옮아, 이 세상은 자정작용이 가능하리라는 작은 희망도 담겨 있다. 타인을 외면하지 못해 늘 사건 속으로 들어가는 주인공 '스기무라 사부로'를 포함해, 타인에게 작은 상냥함을 건네는 책 속의 인물들 속에.

  

시리즈의 세 번째인 이번 책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에서 주인공 '스기무라 사부로'는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우리가 '행복한 탐정'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그의 모든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그가 소심한 편집자를 지나 본격 탐정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기로에 섰다.

 

"주인공이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므로,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그것을 잘 극복하고 사립탐정이 되는 이야기를 다음 시리즈에 쓰고 싶습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걱정하지 말고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_미야베 미유키

 

'스기무라 사부로'가 개인적인 큰 아픔을 겪고, 상실과 결핍을 가진 채 전문 탐정의 길을 선택한다는 건, 그 동안 보여주었던 '(속편하고 경제적 걱정 없는) 행복한 탐정'과는 확연히 다른 길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동안은 사건의 가해자들이 '팔자 편한 네가 뭘 알아!'하는 느낌의 거부감이 꽤 있었는데, 그가 아픔을 딛고 일어서면서는 타인의 삶을 조금 더 가깝게 받아들일 수 있는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앞으로도 그는 여전히 '행복한 탐정'이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힘으로 일군 행복을 가진, 그런 '행복한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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