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책] 사라진 왕국의 성 - 실종된 소녀, 그림 속 세계에! (미야베 미유키)

스위벨 2016. 6. 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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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리소설] 사라진 왕국의 성


/ 미야베 미유키 지음 


현실에서 실종된 소녀!

그녀가 발견된 곳은 그림 속의 고성?

  

    사라진 왕국의 성 줄거리, 내용    

 

고등학교 추천입학 전형에 미리 합격해, 수험생인 친구들과 달리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학교 3학년생 '오자키 신'. 그는 엄마 심부름으로 은행에 갔다가 우연히 그림 한 장을 주워오게 된다. 숲에 고성 한 채가 서 있는 그림이었다.

 

묘하게 마음이 쓰여 그림을 한동안 들여다보던 '신'은,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그리하여 자신이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신은, 그림 속에 자신의 분신을 그려 넣으면 그 분신을 통해 자신이 그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그림실력이 형편없는 신은 직접 정교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그림을 대신 그려줄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시작한다.

 

그의 눈에 띈 인물은 '시로타'라는 동급생으로, 그녀도 사립 고교의 추천입학 전형에 합격해 여유로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신은 시로타에게 자신을 그림 속에 그려달라는 부탁을 하다가 그림의 비밀에 대해 털어놓게 된다.

 

시로타의 도움으로 그림 속 세상에 들어간 신은 창문을 통해 성 안에 한 소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시로타는 함께 그림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들처럼 그림 속으로 들어온 한 남자를 만난다. 그리고 그 남자를 통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신이 성에서 본 소녀가, 십 년 전 현실세계에서 정말로 실종된 아이라는 것!


 

◇◆◇

 

'사라진 왕국의 성'은 그림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환상적인 소재를 사용한 소설이다. 그런데 주인공인 중학생 소년 소녀가 들어간 그림 속 세계에는 성에 홀로 남겨진 듯한 한 소녀가 있고, 그 소녀는 현실세계에서 실제로 실종된 소녀다.


'그림' 속에 존재하는 이()세계에 대해 그리고 있지만, 소설은 결국 이렇게 현실로 돌아온다. 결국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현실 속의 '사람'과 그들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같기만 하던 소설은, 미지의 '소녀'의 존재가 드러남에 따라 현실과 강하게 이어진다. 그림 속 세계에서 소녀를 만난 주인공들은, 이제 현실 세계에서 사라진 그 소녀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고성 속 여자아이를 목격하고 귀환한 직후부터 내내 이런 느낌이다.

한기가 들고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성에 가까이 가는 건, 살아있는 인간한테 위험한 거야."

(사라진 왕국의 성 中)


소설 '사라진 왕국의 성'을 읽으며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이전 작품인 '고구레 사진관'이 떠올랐다. 그 소설에서는 '심령사진'을 소재로 소설을 이끌어 나갔는데, 그때 사용된 심령사진도 결국은 누군가의 강렬한 '마음'을 시각화 시킨 소재였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도 작가는 '그림'이라는 소재로 다른 세상의 문을 열었지만, 결국은 현실 속으로, 인물들이 지닌 간절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라진 왕국의 성'에서는 그림 속 다른 세상의 존재를 이렇게 설명한다. 현실이나 사람과 동떨어지지 않은, 누군가의 정신과 마음이 만들어낸 세계.

 

"그렇지만 내 내용물은,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 속에 들어가 있었어. 그래서 네가 재채기를 했을 때는 거기에서 현실로 돌아왔다는 느낌이었지."

정신 없이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자주 그렇게 된다.

"현실을 떠나 버리는 거야. 내가 만든 그림의 세계로 가버리는 거지. ……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강한 때일수록 그림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돼." (- 소설, 사라진 왕국의 성 中)

 

그리고 그 후에 소설 사라진 왕국의 성은 이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아동학대나 왕따, 가정 문제, 포기한 꿈 등,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스포일러 주의! 소설 '사라진 왕국의 성'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사라진 왕국의 성에서 결국 '시로타'는 그 노력과 집념으로 고성 속 아이를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림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소설은 정작 주인공 '신'과 '시로타'가 직면해 있는 그들의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끝을 맞이한다. 시로타가 지닌 아픔과 상처 또한 그림 속 소녀의 아픔에 비해 절대 가볍지 않음에도 말이다.

 

'사라진 왕국의 성'은 왜 그런 결말을 그려야 했을까? 현실 속 그들에게는 그런 판타지에 의지하지 않고도, 아직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로타는 지금까지 자신의 현실을 잘 견디며 꿋꿋하게 성장해 왔다. 물론 여전히 그녀 스스로 해결해 낼 수 없는 버거운 현실적 문제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 않고 노력한다면, 특별한 기적이나 힘이 없이도 바꾸어 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시로타가 실종된 그림 속 소녀에게 해준 것이 참 작은 것이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실제 세상에서 실현 가능한 도움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판타지로 시작했으나, 소설 사라진 왕국의 성은 이처럼 현실에 발붙이고 지극히 현실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와 '사람'을 그리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 다운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추리소설] 고구레 사진관 – 미야베 미유키

[추리소설] 음의 방정식 - 어느 한쪽은 ‘위증’을 하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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