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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잔인함에 대하여 [응답하라 1994, 16화-사랑, 두려움Ⅰ]

스위벨 2013. 12. 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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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6화 – 사랑, 두려움 Ⅰ

: 사랑, 그 잔인함에 대하여.

 

 

쓰레기는 부산의 병원으로, 파견 근무를 떠나게 된다. 서울의 병원에서보다 부산 병원에서의 파견 근무가 그가 의사로서 성장하는데 더욱 좋을 거란 판단 때문이다.

 

"정아, 딱 1년, 딱 1년만 있으면 된다."

"여기 있는 것보다 거기 가는 게 오빠한테 더 좋은기재? ……할 수 없지 뭐."

 

쓰레기의 결정에 놀라, 띄엄띄엄 말을 이어가던 나정이는 그 결정이 쓰레기를 위한  것임을 알고는, 더는 말하지 못한다. 그의 앞날에 좋다는데, 도대체 어떤 이유를 대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자고로 사랑이란 그런 법이다.

 

 

 

말 닮은 남자동기 하나, 나정이가 '민정언니'라 부르는 여자 동기 하나. 그렇게 동기 두 명과 함께 부산 병원으로 간다는 쓰레기다. 나정은 쓰레기를 믿고, 평소 쓰레기와 친하던 여자 동기에 대해서도 별다른 의구심이 없다. 그러나 친구 윤진이는 3단 공격으로 나정이의 불안함에 불을 지핀다.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쫑이여, 끝난당께."

"의사들을 의사들끼리 결혼하는 거 몰라? 원래 사랑은 전쟁터에서 불꽃이 튀는 법인께."

"그 언니가 젤로 위험한 이유는 쓰오빠랑 말이 통한다는 거."

 

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그녀가 할 수 있는 별다른 선택이란 없다. 그저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쓰레기가 이삿짐을 옮기는 도중에도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그런 자질구레한 방법 밖에는. 그리고 최대한 따뜻한 포옹과 함께 보내주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

 

 

 

 

 

 

칠봉이가 떠나고, 오늘은 쓰레기가 떠났다. 그렇게 나정의 치열했던 옆자리는 이제 비고 말았다. 그리고 절친 윤진이의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대로, 나정이의 사랑은 조금, 위험해졌다.

 

하지만 사랑이란 그 이면에 늘 위험함을 끌어안고 있다. 사랑하면서 한번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는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연애를 한 것이라 말해도 좋다.

사랑은 처음 태어날 때부터 수명을 다하는 마지막까지 늘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가 나를 바라봐 주지 않을 때는, 그가 나를 영영 바라보지 않을까 두렵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렵고, 내가 내민 손을 뿌리칠까 두렵다. 하지만 그가 나를 바라본다 해도 두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가 나에게 다시 등돌릴까 두려워진다. 혹시 내가 먼저 등돌릴 상황이 올까봐 두려워진다.

 

사랑은 강하고도 연약하다. 언제나,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지만, 반대로 그 무엇으로든 상처받을 수 있기에. 어느 방향에서 날아왔는지 알지도 못할 작은 돌 하나가 사랑을 와장창 깨어지게 할지 모를 일이다. 분명히 둘이 함께한 사랑이지만, 어느 한쪽이 뒤돌아 서는 순간, 끝난다. 그러기에 늘 두렵고 불합리하다.

 

 

 

나정이의 사랑에 얼핏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이제 후반부를 향해 달려간다. 앞으로 일어날 그들의 앞날은 그리 맑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어떤 상처를 받았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면 그리 최악은 아니다. 그리고 그녀가 어떤 선택을 했든, 현재 상암동에 모여 앉은 그들은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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