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장 사이의 망상/추리, 스릴러 소설

[소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 자기만의 이야기에 갇힌 소년

스위벨 2015. 3. 2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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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 자기만의 이야기에 갇힌 소년

 

 

/ 미치오 슈스케 지음

 

 

    줄거리    

 

초등학교 4학년인 미치오. 여름방학식 날, 미치오는 결석한 반 친구 S에게 숙제와 유인물을 전해주러 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미치오가 본 것은 목을 매고 죽은 S의 모습이었다. 크게 놀란 미치오는 학교로 달려가 담임인 이와무라 선생님에게 이를 알린다


하지만 S의 집에 다녀온 이와무라 선생님과 경찰은 시신이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미치오가 본 것과 달리 집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고 말이다. S가 살해되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가운데, 수사는 진전이 없다. 

 

그런데 일주일 후, S가 환생하여 미치오 앞에 나타난다. 그것도 거미로! S는 자신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었다고 말하며 미치오에게 자신의 시체를 찾아달라 부탁한다. 그를 죽인 사람은 다름아닌 이와무라 선생님이었다고.

 

이에 미치오는 여동생 미카와 함께 S의 시체를 찾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S의 말이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미치오는 다른 사실이 숨겨져 있을 거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미치오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

 

기괴하다. 내가 이 책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을 읽고 난 느낌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기괴하다. 그리고 상당히 불편하고, 섬뜩하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 느낌은 극에 달한다. 책장을 덮고 나자 서늘한 기분이 꽤 맴돌았다. 참 보기 드문, 특이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속에는 이게 뭔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상황들이 계속 이어진다. 시체가 사라졌다, 라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었는데, 소설은 거기에 여러 상황들을 차례차례 하나씩 더한다.

 

죽은 친구는 거미로 환생하여 나타나고, 3살이라는 여동생 미카는 천재인가 싶을 정도로 어른스럽고 똑똑하다. 미치오의 엄마는 도무지 친엄마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미치오에게 차갑게 굴고, 아빠는 그런 상황을 방관만 한다. 담임선생님은 그릇된 성애를 가지고 있고, 그런 와중에 동네에서는 누군가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는 사건이 계속 이어진다.

 

이렇게만 보면 이런 저런 상황들이 여기저기서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지만, 이런 작은 요소요소들이 한 편의 소설로 아주 잘 정돈되어 짜 올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나왔던 이런 작은 설정들과 책을 읽으며 내내 느꼈던 의문과 위화감은, 책의 말미에 밝혀지는 사실들과 모두 딱딱 맞아 들어가며 놀라움을 던진다.

  

 

"자신이 한 일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사람은 없어요. 실패를 모두 후회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전부 돌이키려고 하고,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요? 그래서 모두 이야기를 만드는 거예요. 보고 싶지 않은 건 보지 않도록 하고, 보고 싶은 건 확실하게 기억하면서요. 모두 그렇다고요. 저는 다른 사람들하고 똑 같은 걸 한 것뿐이에요. 저만이 아니에요.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요."

 

책의 결말 부분, 미치오가 하는 말이다. 결국 미치오는 자신의 힘든 현실을 잊으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피해 현실을 왜곡된 형태로 변질시키면서 말이다.

하지만 미치오의 말은 상당 부분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리라. 사람의 기억이란 참 연약하고, 그 과정 중에 무의식적으로 어느 정도는 변형이 가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치오가 다른 것은, 그 정도의 문제다. 현실이 아픈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 속에 모두를 가두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자기 자신마저도 거기에 묶였다. 그리고 미치오는 다시 또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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